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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고객접대]여직원 고객접대 「허리세운 친절」

입력 | 1997-04-14 07:59:00


백화점 직원들이 고객을 대하는 자세가 꼿꼿해졌다? 12일 오전 10시반경 서울 롯데백화점 입구. 작년만 해도 개점시간에 이곳을 찾은 손님들은 입구에 도열한 점원들로부터 허리를 90도로 굽힌 「큰절」을 받았다. 그러나 이날 온 손님들은 「겨우」 45도나 30도만 숙인 절을 받는다. 올해부터 바뀐 고객 접대지침에 따른 것. 『점원들이 너무 정중하게 대하니까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고객의 불평에 백화점 인력개발팀은 「과공비례」(過恭非禮)임을 깨닫고 허리를 덜 굽히도록 「각도조절」을 했다. 끝을 모르는 불황기에 한명의 손님이라도 더 끌려는 백화점의 「친절연구」도 끝이 없다. 인사말도 작년과 올해가 다르다. 작년에는 쇼핑을 마치고 난 고객에게 『다음에 꼭 들러주십시오』라고 했다. 그러나 이말 역시 「혹시라도」 고객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좋은 쇼핑 되십시오』라는 아무런 「주문」이 없는 말로 바꿨다.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도 억양이 부드러운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로 「개선」됐다. 뉴코아백화점은 가게 위치를 묻는 고객에게 방향을 제시하는 동작을 고쳤다. 작년에는 두 손을 함께 들어 장소를 지시했다. 그러나 이것도 제스처가 너무 커 고객에게 부담감을 줄 수 있다는 반응이 나왔다. 지금은 한 손으로 다른 손을 받치고 가리키는 식이다. 롯데는 밝은색으로 된 근무복이 너무 강렬하다는 자체분석에 따라 눈에 잘 띄지 않는 회색 계통으로 교체했다. 신세계에서는 손님이 매장을 둘러봐도 처음엔 일부러 모른 체 한다. 제품에 대해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면 그제서야 『어서 오세요』라고 인사말을 건넨다. 고객접대법에서의 발상전환이다. 「적극적인 안내」가 아닌 「마치 점원이 없는 듯한 접대」가 새로운 접대방식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