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국당내 민주계가 12일 돌연 몸을 낮추는 자세를 취해 눈길을 끌었다. 11일의 5인 중진모임에 이어 민주계는 12일 金命潤(김명윤) 金德龍(김덕룡) 徐錫宰(서석재) 金正秀(김정수) 辛相佑(신상우) 徐淸源(서청원) 鄭在文(정재문) 金운환 睦堯相(목요상) 金東旭(김동욱) 金燦于(김찬우)의원, 黃明秀(황명수)전의원 등 12인 모임을 가졌다. 이날도 모임의 주된 분위기는 「격분과 성토」였다. 참석자들은 『우리는 지금 한보문제가 본질과 동떨어진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아닌가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며 「음모론」을 제기했다. 김덕룡의원도 『「정태수 리스트」를 유출한 경위와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특히 이날 상당수 참석자들의 입에서 「음모설」의 궁극적 배후로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을 지목하는 듯한 발언도 터져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김대통령이 한보특혜의 「몸체」인 92년 대선자금 의혹과 차남인 金賢哲(김현철)씨 사법처리를 피해 가기 위해 「정태수 리스트」를 이용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표출됐다는 것. 또 『이러다가 모두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가 튀어 나올 만큼 분위기가 심각했다는 게한 참석자의 전언이다. 그러나 기자들에게 발표한 공식입장은 이같은 분위기와 거리가 멀었다. 서석재의원은 모임이 끝난 뒤 『문민정부를 창출한 민주화 세력이 대통령을 잘못 보필하고 국민들로부터 질타의 대상이 된데 대해 국민앞에 머리 숙여 사과한다』고 밝혔다. 민주계 중진들은 모임에 앞서 당지도부의 미온적 대응태도에 대해 정식으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예고까지 했었다. 그런데도 이날 「자책(自責)」 쪽으로 입장을 후퇴한 것은 「뒷감당」에 확신이 없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한 중진은 『崔炯佑(최형우)고문이나 김덕룡의원이 제기한 「음모론」이 마치 계파갈등을 부추기기 위한 행동처럼 비치고 국민여론도 「(민주계가) 그렇게 떳떳하면 검찰에 나가 진실을 밝히면 될 것 아니냐」는 쪽이어서 일단 여론의 향배를 보기로 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김창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