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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들 『이달 새경은 나올까』…정태수「머슴」論 자조

입력 | 1997-04-10 19:55:00


『이번 달에는 「새경」(농가에서 1년동안 일해준 대가로 주인이 머슴에게 주는 돈이나 곡물)이 제대로 나오려나』

『저는 아무것도 모르는 머슴이니 주인에게 물어보세요』

지난 7일 한보청문회에서 鄭泰守(정태수) 한보그룹 총회장이 성난 표정으로 『자금사정은 주인인 내가 알지 머슴이 어떻게 아나』라는 말을 내뱉은 뒤로 직장인들 사이에 이같은 자기비하의 표현이 유행하고 있다.

모그룹 자금팀 이모씨(32)는 『한보처럼 총수가 회사인감을 챙기고 자금흐름을 관장하는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이고 우리 회사의 자금흐름은 말단사원인 내가 회장보다 더 잘 안다』고 반론을 펴면서도 『정씨의 「머슴론」은 기분 나쁘지만 맞기는 맞는 말』이라고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S전자 박윤희대리(33)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나라의 회사소유주와 직원의 관계는 사실상 「주인―머슴관계」 아니냐』고 반문하면서 『겉으로만 「사원이 곧 주인」 운운하는 것보다 정씨처럼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게 듣기에 차라리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머슴은 우리 뿐만이 아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H증권 영업팀 박모씨(31)는 『5공청문회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일부 국회의원들이 재벌총수앞에서 비실비실하는 것을 보면 의원들중 재벌의 머슴아닌 사람이 몇이나 될지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직장인들의 이같은 자괴감의 이면에는 우리 경제현실에 대한 비판이 자리잡고 있다. S생명 연모대리(34)는 『평생을 바친 직원들을 하루 아침에 내쫓으면서도 네살짜리 손자한테 수억원짜리 집을 물려주는 게 한국 재벌들의 현실』이라며 『이같은 경영으로는 세계화를 말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경제학부 金秀行(김수행)교수는 『재벌이 주무르는 돈의 대부분은 은행에서 빌렸든 외국에서 꾸어왔든 결국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라며 『국민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민간 기업일수록 공기업의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철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