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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영상천국]10대영화 「나쁜 영화」

입력 | 1997-04-08 08:01:00


『술을 따르고 춤과 노래로 손님들의 흥을 돋웠죠. 테이블에서는 좀 느끼하지만 돈 받을 때만큼은 기분이 최고였어요』 여자접대부의 목소리가 아니다. 「호빠」(호스트바)에 나가 유한마담들을 상대했던 17세 「열혈남아」의 이야기다. 장선우감독이 10대 청소년들의 경험담을 토대로 촬영중인 「나쁜 영화」의 에피소드들은 이처럼 「짠」한 것 일색이다. 춤과 음악, 본드와 환각, 앵벌이와 도둑질, 섹스와 매춘, 오토바이와 폭력 등등…. 뒤틀리고 일그러진(그러나 「나쁜 영화」는 이 표현을 기성질서의 잣대라며 거부한다) 10대의 초상과 그들의 당돌한 괴성으로 「튀는」 이 영화는 우선 주인공들이 독특하다. 맘씨 고운 이쁜이와 알뽄(알게 모르게 본드하는 애) 새(금빛 염색머리가 새의 그것을 닮았다) 똥자루(키가 작다) 레드변(성이 변씨인데 얼굴이 늘 붉은 빛이다) 프린스 등…. 열다섯살에서 열아홉살까지 다양하게 구성된 이들은 집보다는 길거리가 친숙한, 서울의 밤거리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친구들이다. 물론 모두 각자의 경험담을 살린 연기력으로 오디션을 거쳐 1백명이 넘는 경쟁자를 물리친 「배우」란 점에서는 흔치 않은 인물들. 중학생 소녀가 처음 가출하는 장면을 보자. 『그냥 학교 가기 싫었어요. 아무도 전화를 안받길래 집에 들어갔는데 아빠가 방안에서 지키고 있더라구요. 막 야단치며 나가라고 하대요. 그래서 나가려고 했더니 옷을 다 벗고 나가래요. 태어날 때 맨몸이었으니 나갈 때도 다 벗고 나가야 된다고』 여자애의 설명을 듣던 레드변이 썰렁하다면서 한마디 거든다. 『야. 재밌는 것도 찍었잖아. 생일빵말야』 「생일빵」은 생일을 맞은 친구를 축하하는 의미에서 이것저것 잡히는 대로 마구 부수는 「의식」. 한남동 일대를 부쉈다. 영화카메라는 몰래카메라처럼 요소요소에 숨어 찍었다. 부서진 입간판 15개는 영화사에서 준비한 것. 그러나 놀란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 연출부는 「실감나는」 장면을 찍었음을 실감했다고. 10대 주인공들에게 그들과 비슷한 친구들이 같은 또래 전체중에 얼마나 되는지를 물어봤다. 『열명에 세명쯤, 아니 반반쯤은 될걸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이쁜이가 입을 열었다. 공부는 정말 필요 없는 걸까. 『아뇨. 공부도 잘하고 놀기도 잘 노는 친구가 정말 좋은 애죠. 맘으로야 저도 그러고 싶죠. 잘 안돼서 그렇지』 앞으로 어떻게 할 계획인가. 『다시 학교를 다녔으면 좋겠어요』 왜? 『여러 친구들을 만나고 얘기도 나누고 싶어서요』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