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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344)

입력 | 1997-04-03 07:58:00


제7화 사랑의 신부 〈30〉 두 왕자와 헤어져 대궐로 돌아온 왕은 그날밤 왠지 잠이 오지 않았다. 무엇보다 가슴 설레게 하는 것은 두 젊은이를 다시 만난다는 것과 그리고 은둔의 영지에 다시 가보게 된다는 것이었다. 돌이켜보면 왕이 은둔의 영지를 찾아가곤 했던 것도 벌써 이십여년 전의 일이었다. 그때만 해도 왕은 젊고 패기만만했었다. 그 시절에 왕은 곧잘 은둔의 정원을 혼자 산책하면서 국정을 구상하고 사색에 잠기곤 했었다. 그러나 그후 이십여년, 왕은 두번 다시 그곳을 찾아가지 못했다. 게다가 십여년 전에는 그 영지를 아예 늙은 정원사의 퇴직 선물로 주어버렸던 것이다. 한편 왕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온 두 왕자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말로만 듣던 왕을 직접 뵈었다는 것만 해도 그렇지만 왕이 친히 그들의 집을 방문하겠다고 했으니 그렇지 않겠는가? 그리하여 두 사람은 누이동생 파리자드에게 그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파리자드는 손님 맞이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왕이 방문을 하면 어떻게 대접을 해야할지 알 수 없었다. 생각다 못한 그녀는 이제 그녀의 둘도 없는 친구가 되어버린 불불 엘 하자르와 상의했다. 『불불 엘 하자르야, 임금님께서 우리 집에 오시면 무엇인가 대접을 해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신하로서 도리를 다하고 임금님께서도 만족해 하시며 이곳을 떠나시게 할 수 있을까?』 『오, 파리자드, 우리 주인님, 쓸데없이 많은 요리를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으로서는 임금님의 입에 맞는 요리는 단 한가지밖에 없는데 그걸 대접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진주를 채워넣은 오이 한 접시입니다』 이 말을 들은 파리자드는 깜작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무래도 불불 엘 하자르가 뭔가 깜박 잘못 말한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외쳤다. 『새야, 새야, 말하는 새야. 설마 그렇지는 않겠지. 진주를 채워넣은 오이라니? 우리 집에 오신 임금님께 요리를 대접하려고 하는 것은 그것을 맛있게 잡수시도록 하기 위해서이지 임금님을 놀라시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야. 아무래도 너는 쌀을 채워넣은 오이 한 접시라는 말을 잘못한 것 같구나』 그러자 말하는 새는 완강한 태도로 말했다. 『아니야, 아니야. 진주를 채워넣은 오이, 진주, 진주. 쌀이 아니라 진주』 새가 이렇게까지 완강히 말하자 파리자드는 일단 그 말을 믿어보기로 했다. 파리자드로서는 말하는 새의 말에 전적으로 신뢰해 왔던 터라 이번에도 그 말을 믿어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파리자드는 요리하는 여자를 불러 진주를 넣은 오이 요리를 만들도록 분부했다. 요리하는 여자마저도 의아스럽게 생각했지만 그녀로서는 주인이 시키는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도 이집에는 진주가 도처에 흘러 있었기 때문에 요리를 만드는데 충분한 진주를 구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윽고 왕은 파루즈 왕자의 안내를 받으며 정원 안으로 들어왔다. 파리드는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왕이 말에서 내리는 것을 도와주었다. 장미의 미소 파리자드는 불불 엘 하자르의 권유에 따라 난생 처음으로 베일을 쓰고 나아가 왕의 손에 입맞추었다. 왕은 파리자드를 보자 그 정숙함과 우아함, 그리고 그녀의 몸에서 풍기는 재스민 향기에 매우 감동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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