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사설]김현철씨 밤샘조사와 귀가

입력 | 1997-02-22 19:52:00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金賢哲(김현철)씨가 검찰의 밤샘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비록 고소인 자격으로 김씨가 검찰에 자진 출두했고 검찰도 고소인 조사라는 편법을 쓰기는 했으나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 거액 대출의혹과 관련해 검찰의 밤샘조사를 받은 것은 일찍이 전례가 없다. 김씨 본인은 물론 김대통령과 문민정부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 한보의혹의 본질이자 핵심은 한보철강에 천문학적 규모의 금융자금이 무리하게 대출된 배후의 외압실체가 누구냐는 데 있다. 그리고 국민들의 관심은 검찰이 김현철씨의 한보비리 관련여부를 가려낼 수 있을 것인지에 쏠려 있다. 뿐만 아니라 국민은 검찰이 이번 김현철씨 조사에서도 한보의혹을 제대로 가려내지 못한다면 나라의 수치라고 생각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일이 이지경에까지 이르게 된 것은 김대통령의 책임이다. 김대통령의 권한행사방식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가신과 측근을 중심으로 한 족벌정치라는 비판이 있어 왔다. 한보사건에 대한 의혹의 초점이 끝내 차남 현철씨에게까지 미치게 된 것은 김대통령의 집권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 민심의 그런 눈길을 바로 보았다면 김현철씨는 검찰의 한보사건 중간수사발표가 있기 전에 소환 조사했어야 한다. 그러나 검찰은 이미 중간수사발표를 통해 한보사건을 청탁형 대출비리로 결론짓고 洪仁吉(홍인길)의원을 주범으로 지목했다. 그런 뒤 지금 와서 김씨를 조사하고 있다. 그때문에 국민들은 이번 김현철씨 조사를 통해 검찰의 중간발표를 번복할 정도로 한보수사가 진전될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갖고 있다. 그런 의구심과 의혹을 남기고서는 검찰이 할 일을 다 했다고 말할 수 없다. 명예훼손혐의로 6명이 고소된 국민회의는 국회개회중임을 믿는 듯 내주부터 시작될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국회 국정조사가 시작되면 김현철씨를 증인으로 불러 증거를 제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럴 일이 아니다. 김현철씨가 한보대출에 직접 개입했다는 주장이 시중여론을 대변한 단순한 정치적 공세였는지, 확실한 근거가 있었던 것인지 검찰에 출두해 밝히는 것이 바른 태도다. 검찰 또한 피고소인의 방어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들어 김현철씨 조사내용을 미리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김현철씨가 한보대출에 개입한 사실이 드러난다면 검찰은 조사내용을 사실대로 밝혀야 한다. 대통령의 아들이라고 해서 실체적 진실을 덮는다면 국민의 웃음거리가 된다. 야당은 국회 대표연설을 통해 한보 거액대출이 92년 대선자금에 대한 반대급부가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했다. 문제가 문제인 만큼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조사를 했는지 함께 밝혀야 한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