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차수기자] 고려대 권영필교수(미술사)가 실크로드를 통한 동서 문물교류를 미술사적 시각에서 규명한 역작 「실크로드 미술-중아아시아에서 한국까지」(열화당)를 펴냈다. 실크로드 미술사의 전반적인 특성을 밝혀내면서 한국의 고대미술을 실크로드 미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시각이다. 권교수는 실크로드 미술의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소박성(素朴性)」을 꼽았다. 실크로드의 중심지인 중앙아시아 뿐아니라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 미술품에는 질박함과 단순성,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공통적으로 배어있다는 것이다. 권교수는 13편의 논문을 통해 이같은 점을 설명하고 있다. 실크로드의 존재를 외면한 채 고대의 동서간 문물교류의 실체를 규명할 수 없다는 점에서 권교수의 연구성과는 주목할 만하다. 내륙 아시아를 횡단하는 동서통상로인 실크로드는 2천여년전 형성됐으며 이 길을 통해 비단 등 동방의 특산품이 서역으로 전해졌고 보석 직물 유리제품등 물건 뿐아니라 불교 이슬람교 등이 동아시아로 흘러들어왔기 때문이다. 문물교류와 함께 미술 등 예술분야에서의 교류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권교수는 『대부분의 서구학자들은 실크로드의 기점이 동쪽의 중국 장안(현재의 서안)과 서쪽의 로마라는 역사적 사실에 집착한 나머지 실크로드문화의 동쪽으로의 확산을 더이상 고려하지 않는 오류를 범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경주고분에서 서방의 유리가 출토되는 점을 볼 때 경주는 확실히 실크로드의 연장선상에서 파악되어야 할 역사도시임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권교수는 따라서 실크로드 지도를 경주까지 연장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책의 부제를 「중앙아시아에서 한국까지」라고 붙인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유리와 청동항아리 등 비한족(非漢族)유물을 점검하면 실크로드 미술이 한국에까지 이르는 과정을 밝혀낼 수 있다는 것이 권교수의 설명이다. 권교수는 신라의 예술품이 실크로드 미술의 영향을 받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로 동물을 새긴 허리띠 장식인 청동대구(靑銅帶鉤), 두팔을 치켜올려 가슴앞에 모으고 있는 토우(土偶), 기와에 장식한 귀신얼굴(鬼面) 등을 제시했다. 또한 한국 불화의 중요한 특징중 하나로 꼽히는 산수요소인 운산문(雲山紋·구름과 산을 양식화한 그림)과 수하인물(樹下人物·나무밑에서 쉬는 인물)도 중앙아시아의 회화적 전통과 이어진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