黃長燁비서 망명, 李韓永씨 피습 등 잇따른 `北風'으로 안기부법을 사이에 둔 與野 대치구도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당초 이번 임시국회에서는 노동관계법과 함께 안기부법 재개정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정치권 전반이 '北風'의 영향을 받기 시작하면서 신한국당이 `재개정 절대불가'쪽으로 방향을 확고히 다잡은데다, 野圈내부에서도 입장차가 표출되는등 기류가 변하고 있다. 黃비서 망명신청과정에서 불거진 `고정간첩 수천명說'이 분분한 시점에서 안보의 최전선을 맡고 있는 안기부의 손발을 묶을 수 없다는 인식이 勢를 더해가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野圈으로서는 안기부법 무효화 주장이 `색깔론'의 표적이 될 수 있을 뿐아니라, 연말 大選의 주요이슈로 부각될 가능성이 높은 안보문제에 무관심하다는 인상을 줄지도 모른다는 점이 고민스런 대목이다. 현재까지 국민회의는 개정 안기부법의 원천무효화를 계속 주장하고 있고 자민련은 뚜렷한 黨論을 제시하지는 않고 있지만 여론과 국민회의 입장을 감안해 가며 보폭을 조절하는 인상이다. 두 야당은 野圈공조 차원에서 `안기부법 개정법안 1년 시행유보'라는 절충안을 모색하는 등 내부적으로 새로운 길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국민회의 金大中총재는 이미 "여당이 안기부법을 굳이 개정하려면 大選이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한바 있고 朴相千총무는 "시행 연기도 폐지효과가 있다"면서 시행유보를 시사했다. 자민련 李廷武총무도 "안기부법 시행을 1년간 유예하고 준비기간을 갖는 것도 논리적"이라고 밝혀, 兩黨은 안기부법 시행 유예를 절충안으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러나 야당측이 1년 유예를 절충안으로 제시하더라도 與野협상은 진통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국당은 특히 黃비서 망명과 李씨의 피습으로 지난해 `12.12 기습처리'의 원점회귀로 재조명을 받게된 안기부법 개정의 부담감에서 상당히 벗어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노동법 파동에 따른 극심한 반발과 맞물려 야당이 제안한 `안기부법검토소위' 구성까지 수용했으나 이번의 `메가톤급 北風'으로 안기부법 개정에 대한 정당성을 입증받은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다. 신한국당은 국민여론이 유리하게 작용할 것을 기대하면서 여당 단독으로 `국가보안법상 찬양.고무죄와 불고지죄'에 대한 안기부의 수사권을 부활시킨 것은 첨예한 對北첩보전 등을 고려한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李씨 피습직후 신한국당 金 哲대변인이 성명을 통해 "이번 임시국회에서 與野는 국가안보를 강화하는 입법과 사회분위기 조성에 앞장서야 할 것"이라며 "또 다시 간첩잡는 안기부법 개정의 무효를 주장하거나 시행보류를 획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있으면 국민의 인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안기부법 개정에 대한국민지지를 자신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한 공안출신 의원은 "북한간첩 색출에 반드시 필요한 조항을 삭제하자는 것은 막대한 재앙을 초래할 수 있는 주장"이라면서 野圈의 시행 1년유예 움직임에 대해서도 "南北대치상황이 하루하루 급박하게 돌아가는 분위기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 아니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