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특파원코너/모스크바]외국인에 까다로운 러 교통경찰

입력 | 1997-02-17 20:15:00


요즘 모스크바에서는 눈보라가 치는 늦은 밤에도 적색 야광 곤봉과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차고 교통법규 위반 차량을 단속하는 경찰의 모습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교통경찰의 코 앞에서 태연하게 중앙선 침범을 할 정도로 악명높은 모스크바 운전자들에게는 때아닌 회오리 바람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속대상이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노란 번호판의 민간 외국인 차량은 말할 것도 없고 빨간 번호판의 외교관 차량도 예외가 아니다. 모스크바의 간선 도로인 레닌스키 프로스펙트에서는 차가 적법하게 통관됐는지, 차량등록에 이상이 없는지를 시시콜콜 캐묻는 교통경찰들과 실랑이를 벌이는 외국인들이 하루에도 몇 건씩 목격되고 있다. 외국인들이 길가에 무심코 차를 세웠다간 영락없이 딱지를 떼이며 심지어 일부 아시아계인들은 통관상 미심쩍은 점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리에서 번호판을 뜯기기도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모스크바주재 미국대사관측은 직원들에게 적법 장소에만 주차하는 등 법규를 어기지 않도록 긴급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평소 뒷돈 챙기기 대상이었던 외국인 차량을 경찰당국이 철저하게 단속하게 된 것은 지난달 22일 유리 류시코프 모스크바시장이 교통난 악화의 주범을 외국인들로 몰아붙이면서 비롯됐다. 그러나 모스크바 시당국이 작성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햇동안 모스크바에서 발생한 7천건의 교통사고중 외국인이 가해자였던 경우는 고작 16건이었다. 그런데도 모스크바 경찰이 유별나게 외국인들에게 까다롭게 구는 것은 미국 뉴욕시가 최근 러시아 외교관이 관련된 음주운전사고를 문제삼은데 대한 보복과 일부 러시아인들 사이에서 싹트기 시작한 반외국인 정서의 무마용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관측이다. 배경이야 어떻든 차량 및 부품도난 등에 가뜩이나 시달리고 있는 외국인들이 모스크바에서 차를 갖고 다니려면 더 많은 인내가 필요할 것 같다.

트랜드뉴스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