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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여자의 사랑(36)

입력 | 1997-02-06 18:55:00


독립군 김운하 〈7〉 서영이 독립군을 다시 만난 건 목요일인가 금요일인가 오후 수업을 마친 다음 학과 사무실에 들렀다가 혼자 교문 쪽으로 걸어나가던 길에서였다. 뒤에서 낡은 오토바이가 덜덜거리며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옆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오토바이는 그대로 그녀를 지나쳐 앞으로 나아갔다. 독립군도 그녀 쪽을 흘긋 바라보기는 했다. 그러다 저만치 앞에서 한쪽 발을 땅에 붙이듯 몸을 휘어 반원을 그리며 다시 그녀 옆으로 돌아와 멈추었다. 그 모습이 새 오토바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요즘 젊은 아이들이 많이 타고 다니며 속도를 뽐내는 몸체 높은 오토바이 정도만 되었더라도 제법 그럴 듯하게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기엔 독립군의 오토바이는 너무 낡았고 몸체도 낮았다. 『맞군요. 아닌가 했더니』 독립군이 먼저 인사를 했다. 인사를 할 때 그는 한쪽 손을 낡은 독립군 철모에 댔다 떼었다. 모자를 벗거나 헬멧을 벗는 동작을 그것으로 대신하는 듯했다. 『안녕하세요?』 그녀도 따라 인사를 했다. 『수업 끝났습니까?』 『예』 『내가 왜 돌아왔는지 알아요?』 『잘 모르겠는데요. 지난 번 요금 때문인가요?』 『물론 그런 것도 있지만』 『그러면……』 『그걸 모르면 안 되는데……한번 더 타라구요』 독립군은 헬멧 사이로 드러난 얼굴로 씨익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지난 번처럼은 탈 수 없을 것 같은데요』 그녀는 짧은 치마를 입은 자신의 다리를 내려다보았다. 지난번엔 바지를 입었기에 망정이지 두 다리를 한쪽 방향으로 모으고 옆으로 비스듬히 걸터앉듯 타자 그가 위험하다고 다시 자기처럼 타라고 했다. 그러나 이 치마를 입고선 그렇게 앉을 수가 없다. 『그럼 편하게 타요』 그녀는 두 다리를 한 옆으로 모으고 걸터앉듯 뒷자리에 앉았다. 『생선 같은데요』 독립군이 반쯤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뭐가요?』 『그쪽 다리요. 막 그물로 건져올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