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조리와 비리가 있는 곳엔 브로커들이 설치게 마련이다. 특히 기승을 부리는 곳이 병원과 법원 검찰 주변일 것이다. 그들은 환자 가족이나 피의자 및 피고인 가족들의 괴롭고 약한 심리상태를 파고든다. 병원과 법원 검찰의 쓸데없는 권위의식 탓에 일반서민이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틈새를 교묘하게 악용한다. 입원비를 깎아 주겠다, 구속을 면하게 해주겠다는 따위가 그것이다 ▼브로커는 주변환경이 지저분할 때 많이 기생하는 파리와 같다. 그래서 브로커를 없애려면 수사기관의 단속도 필요하지만 주변 환경을 깨끗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번 대학입시에서 복수합격한 많은 수험생들이 상위권 대학으로 연쇄이동함으로써 생긴 빈 자리를 각 대학이 메우는 과정에도 신종(新種)브로커가 생겨났다고 한다. 공개하지 않는 예비합격자 명단을 입수, 돈으로 앞차례 수험생을 포기시키고 뒤차례를 등록시키는 수법이다 ▼그렇다고 현행 복수합격제도 자체를 탓할 수는 없다. 수험생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가급적 더 주고 우수생의 탈락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는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대학에서 20∼30%의 미등록이 생기고 하위권은 정원채우기에 급급한 형편이나 이는 불가피하다. 다만 추가등록과정에서 대학 당국이 공개성과 투명성에 철저하지 못한 것이 문제다. 사실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대학의 추가등록 업무에 대해 적지 않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일부 사립대가 재정확보 방안으로 이를 악용할 소지가 없지 않다는 우려도 있다. 가령 A학과의 실제 미등록생은 5명인데 3명만을 예비합격 순위로 뽑고 2명은 뒷거래한다면 큰 문제다. 브로커마저 달라붙으면 복수 합격제도는 엉망이 될 것이다. 미등록생 수와 명단, 예비합격 순위와 명단을 미리 공개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추가등록기간이 짧고 촉박한 점, 연락을 전화나 전보로 하고 있는 것도 재검토해야 할 부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