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東京〓李東官특파원]엔화 가치의 하락세가 멈출 줄 모르고 진행돼 4년만에 「대(對)달러 환율 1백20엔대」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엔화 가치는 지난 95년4월 한때 달러당 79.75엔을 기록한 이후 줄곧 가파르게 하락, 29일(달러당 122.75엔)까지 무려 35% 하락했다. 이는 지난 73년 변동환율제가 도입된 이후 하락국면 가운데 가장 큰 하락폭. 불과 2년이 채 안되는 사이에 엔화 가치가 「상전벽해(桑田碧海)」의 변화를 겪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문제는 엔화 가치가 하락세에서 반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현재 추세라면 일본 정부의 96회계연도(96년4월∼97년3월)가 끝나는 오는 3월말까지 엔화가 달러당 1백25∼1백28엔선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데 의견일치를 보이고 있다. 당분간 1백20엔대가 「정착」될 것이라는 견해다. 최근 엔화하락세의 근본원인은 미국정부가 경제 성장의 지속과 인플레 억제를 위해 달러강세정책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 반면 뾰족한 경기회복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일본 정부는 그나마 수출증대를 통해 경기를 지탱할 재료로서 엔화약세를 용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최근 들어서는 유럽연합(EU)각국도 「달러강세→수출증대→세수증대→재정적자 삭감」의 연쇄파급효과를 노려 달러강세를 지지하는 입장. 따라서 내달 8일 베를린에서 열릴 서방선진 7개국(G7) 재무장관 회담에서도 달러강세를 용인하는 방향으로 의견이 수렴될 전망이다. 물론 엔화의 하락세는 일본의 경기진작에 일단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총합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달러당 1백20엔대가 1년간 유지될 경우 국내총생산(GDP)을 0.6% 상승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것. 기업수익도 2천8백억엔이나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자칫 엔화 하락세가 가속화, 1백30엔대에 진입할 경우에는 「물가상승→주가폭락→경기감퇴」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지 모른다는 우려도 대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