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李載昊특파원】북한최고인민회의 의장 楊亨燮(양형섭·72)의 미국방문 문제를 놓고 韓美(한미) 양국 정부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다. 양은 다음달 6일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달라는 초청을 받아놓고 있는 상태다. 초청자는 기도회를 주관하는 빌리 그레이엄목사. 그레이엄목사의 한 측근은 22일 『양을 비롯한 북한측 인사 약간명을 초청했다』고 확인했다. 조찬기도회의 성격으로 보아 양의 방미에 특별한 장애는 없다. 기도회는 해마다 열려왔고 90년대 초반 이후 북한측 관리나 민간인들도 기도회에 참석해 왔기 때문이다. 문제는 양이 북한의 최고위관리중의 하나라는 데에 있다. 비록 실권은 없지만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한국으로 치면 국회의장이다. 그는 방미가 성사되면 지금까지 미국을 다녀간 북한관리들중 최고위관리가 될 수도 있다. 한국정부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게 돼 있다. 한국정부가 양의 방미를 막기 위해 미국정부에 그같은 의사를 공식적으로 전달했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한 소식통은 『한국정부는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잠수함사건이 타결됐다고는 해도 北―美(북―미)관계와 함께 가야 할 남북대화에는 거의 진전이 없는데 양이 워싱턴에 오는 것은 추(錘)가 한 쪽으로 기운 느낌을 준다는 것. 그러나 미국정부로서는 양의 입국을 막을 뚜렷한 이유가 없다. 초청자가 종교인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4자회담을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양과 같은 인사들을 자주 불러내 대북한 채널을 심층화 다양화할 필요마저 있다. 그레이엄목사측은 대북한 식량문제 전문가 한 사람을 주말인 24,25일경에 평양에 보내 양이 방미를 원하지 않더라도 그를 설득해 데리고 나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어 문제는 간단치 않다. 미국정부는 아직 양에게 입국비자를 발급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