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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47)

입력 | 1996-12-19 20:43:00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37〉 저는 그 아름다운 젊은이의 침상 머리맡에 앉아 그가 완쾌하기를 신께 빌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고개를 들어 저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습니다. 『자, 맥을 좀 짚어 보겠습니다. 손을 내밀어 보십시오』 저는 그 가련한 환자에게 말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왼손을 내밀었습니다. 저는 깜짝 놀라 마음 속으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런 대갓집 서방님이 예의를 모르다니 이상한 일이군. 아마도 거만해서 그렇겠지만, 의사 앞에서 거만을 부리는 환자만큼 어리석은 사람이 또 어디 있을까?』 저는 그 젊은이의 맥을 짚어 보고 처방을 써주었습니다. 그리고 열흘 동안을 매일같이 왕진하였습니다. 열흘째가 되자 저의 환자는 완쾌하여 목욕을 하였습니다. 그러자 그가 완쾌된 것을 보고 기뻐한 다마스쿠스의 부왕(副王)은 아름다운 옷을 내리고 저를 다마스쿠스의 병원장으로 임명하였습니다. 그런 일을 계기로 그 젊은이와 저는 서로 친해졌습니다. 젊은이의 병이 완쾌된 며칠 뒤, 저는 그 젊은이와 함께 목욕탕엘 갔습니다. 그 목욕탕은 그 젊은이가 전세로 얻어둔 것이었습니다. 하인들이 그를 부축하여 목욕탕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습니다. 그리고는 옷을 벗겨주었습니다. 젊은이는 정말 아름다운 몸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신의 작품을 보는 듯한 그런 몸매였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놀라운 것은 그 아름다운 몸매의 젊은이가 뜻밖에도 오른손이 없는 게 아니겠습니까. 그의 오른손은 최근에 잘려나간 것이 확실했는데 그가 병이 났던 것도 그 때문이라는 것을 저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등에는 온통 채찍 자국이 나 있었고 군데군데 고약이 붙어 있었습니다. 의사인 제가 그의 그런 몸 상태를 몰랐다는 것이 새삼 부끄러웠습니다. 제가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려니까 젊은이가 말했습니다. 『너무 놀라지 마시오, 선생. 나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던가 하는 건 목욕을 마친 뒤 이야기해 드릴테니까요』 목욕을 마친 뒤 우리는 저택으로 되돌아가 간단한 요기를 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 동안에도 저의 머리 속에는 젊은이의 그 아름다운 몸매와 잘려나간 오른손과 그리고 그의 등에 나 있던 채찍 자국이 눈 앞에 어른거렸습니다. 그때 젊은이가 저에게로 와서 말했습니다. 『선생, 음식 대접을 하고 싶은데 어떻습니까?』 저는 흔쾌히 수락했습니다. 그러자 젊은이는 노예들을 시켜 양탄자와 보료를 내어오게 하고, 새끼양을 굽고 과일을 가져오게 하였습니다. 이윽고 식사 준비가 완료되었으므로 젊은이와 나는 양탄자 위에 앉아 먹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젊은이는 왼손으로 식사를 했던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처음 한동안 우리 두 사람은 그저 묵묵히 식사를 할 뿐 서로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제가 먼저 말문을 열었습니다. 『자, 이제 당신의 신세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그러자 젊은이는 말했습니다. 『그렇게 하지요. 그럼 들어보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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