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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진대란 없었지만 일부 진료실 한산…환자단체 “병원 정상화 위한 대화를”

휴진대란 없었지만 일부 진료실 한산…환자단체 “병원 정상화 위한 대화를”

Posted May. 01, 2024 08:32,   

Updated May. 01, 202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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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만난 갑상샘암 환자 박모 씨(63)는 “전날 문자로 초음파 진료가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충남 논산시에서 3시간 걸려 왔다는 그는 “교수 휴진으로 진료는 취소됐지만 예정된 채혈이라도 하려고 첫차를 타고 올라왔다”며 “언제 다음 진료를 받을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경상국립대 산하 병원 11곳은 30일 수술 및 진료 휴진에 들어갔다. 휴진 참여율은 병원과 진료과목에 따라 달라 고대안산병원의 경우 교수 3, 4명 정도가 휴진한 반면 분당서울대병원에선 교수 40% 안팎이 휴진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수들이 자율 휴진에 돌입한 서울대병원 외래 진료실은 환자가 줄어 평소보다 한산했다. 진료실은 모두 불이 꺼졌고 접수 창구엔 간호사 1명만 남아 전화를 받고 있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진료실도 외래 대기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 내과 진료실 앞에서 만난 간호사는 “외래 예약을 전날로 당겨 받거나 미룬 상태”라고 말했다. 매주 이 병원에서 외래 진료를 받는 이광래 씨(63)는 “평소엔 환자가 어깨에 치일 정도로 많은데 오늘은 10%도 안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도 곳곳에서 휴진 여파가 드러났다. 이 병원 알레르기천식센터는 교수 3명이 모두 휴진했고, 산부인과도 일부 교수들이 휴진했다. 휴진한 교수들은 진료실 앞에 게시한 안내문에서 “오늘 휴진은 환자 안전 진료를 담보하고, 교수 개개인의 진료 역량 및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결정됐다”고 설명했다. 암센터에서 만난 김정태 씨(76)는 “아내가 6개월마다 항암 치료와 검사를 하는데, 어제 진료가 취소될까 봐 온종일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 관계자는 “소속 교수 508명 가운데 40% 안팎의 교수들이 휴진한 것으로 비공식적으로 파악했다”며 “휴진 프로세스상 환자들에게 지난주 미리 연락을 취해 일정을 조율하거나 다른 교수로 바꿔 큰 혼란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외래 진료 약 7000건 중 30%(2100건)가량이 취소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은 휴진에 참여한 교수가 극소수였다. 고려대 안암병원 관계자는 “진료 예약을 바꾸기 어려워 대다수 교수님이 휴진하지 않았다”고 밝혔고, 고려대 구로병원은 휴진 교수가 없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100개 수련병원 상황을 모니터링 중이지만, 전면 진료 중단 등 큰 혼란은 없었다. 중증 환자 진료 차질이 없는지 면밀히 살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반면 환자단체들은 교수들의 진료 축소가 확대될 것을 우려하며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주 1회 휴진이 더 확대되면 항암 치료나 수술이 급한 환자들의 진료가 더 밀릴 수밖에 없다. 병원이 정상화되도록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박성민 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