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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들 즐겨찾던 음식맛은 그대로

Posted October. 11, 2013 0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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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5호선 마포역. 지금은 포구의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한때 이곳 마포나루는 삼남(충청 경상 전라도를 통들어 이르는 말)의 물자가 모여드는 한양의 문턱이었다. 쌀, 소금, 새우젓, 옷감 등이 이곳으로 몰려들었다. ###마포 사람들은 맨 밥만 먹어도 싱거울 줄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활기가 넘쳤다. 배가 멈추는 곳은 사람이 몰리고 음식점들이 늘어서기 마련. 세월이 흘러 뱃길이 사라지고 포구는 쇠락했지만 마포나루에서 상인과 서민이 즐겨먹던 음식만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마포나루의 대표 명물은 서울식 설렁탕. 김장거리 준비를 위해 새우젓을 사고 으레 한 그릇씩 설렁탕을 사 먹었다. 한강에서 불어오는 찬바람을 녹이기에 적당하다. 마포설렁탕은 국물이 말갛고 담백하다. 기름에 갠 다진 양념 대신 청양고추를 볶아서 빻은 다진 양념이 나온다.

설렁탕은 서울 토박이 서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외식 메뉴였다. 동아일보는 1926년 8월 11일자 기사에서 탕반하면 대구()가 따라 붙는 것처럼, 설렁탕 하면 서울이 따라붙는다고 썼다. 현진건의 소설 운수 좋은 날에서 병든 아내가 먹고 싶어 한 것도 설렁탕이었다. 서민들의 애환과 정취를 실어 나르던 전차가 사라짐을 아쉬워한 노래 마포종점이 탄생한 곳도 마포의 한 설렁탕집이었다. 지금도 5호선 마포역 앞에는 마포종점 노래비가 있다.

허기진 배를 채우려는 뱃사람들과 먼지와 톱밥으로 칼칼해진 목을 씻으려는 제재소 인부들의 입 속을 개운하게 해 준 고깃집도 하나둘씩 들어섰다. 그중 소고기에 간장, 마늘 등 양념을 조물조물 입혀낸 마포 주물럭이 으뜸. 과거 전차의 종점인 마포 용강동 토정길 주변에서 처음 생기기 시작해 어느덧 주물럭골목을 이뤘다. 짭조름한 간장 양념과 알싸한 마늘향으로 버무려져 핏기어린 새빨간 고기가 연탄불 위에서 지글지글 익어 가면 젓가락이 절로 들썩여진다.

마포나루는 새우젓 가게가 즐비해 새우젓 동네로도 불렸다. 194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울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도 마포 사람을 금방 알아냈다고 한다. 서울특별시사편찬위원회가 펴낸 동명연혁고에 보면 얼굴이 까맣게 탄 사람을 마포 새우젓장수로 불렀다. 마포에서 아침에 도성 안으로 새우젓을 팔러 오려면 아침 햇볕을 앞으로 안고 와 얼굴이 햇볕에 새까맣게 탔기 때문.

이달 마포에서 열리는 축제를 찾으면 그 시절 마포의 음식과 추억을 경험할 수 있다.## 마포구 도화동에서는 11일까지 마포음식문화축제가 열린다. 대표음식 20선을 맛볼 수 있는 먹거리 맛자랑 부스, 마포갈매기와 맥주를 즐기며 재즈공연을 관람하는 달빛콘서트 등이 선보인다. 도화동을 상징하는 복숭아의 분홍빛 표시가 돼 있는 업소를 방문하면 저렴한 가격으로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전국 유명 산지 새우젓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6회 마포나루 새우젓 축제도 1820일 마포구 성산동 월드컵공원 평화광장에서 열린다. 새우젓을 실은 황포돛배의 입항을 재현하는 퍼레이드를 시작으로, 한강 물길을 따라 전국의 배들이 드나들며 각 지역의 특산물이 유통되던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볼 수 있다. 강화 소래 강경 등 지역에서 올라온 새우젓 장터가 서고, 저렴한 가격에 고추장 된장 천일염 등을 살 수 있다.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