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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에 내몰리지만 빈곤율은 평균의 갑절

자영업에 내몰리지만 빈곤율은 평균의 갑절

Posted December. 26, 2012 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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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수원시 장안구 천천동에 사는 김호윤 씨(61)는 2년 전부터 법인택시를 운전한다. 8년 전 대기업에서 퇴직할 때만 해도 현금자산만 5억 원 넘었다. 하지만 편의점과 식당을 차렸다가 망하면서 돈만 까먹었다.

3억 원짜리 109m 아파트가 전 재산인 김 씨는 내년까지 무사고 운전경력을 쌓은 뒤 아파트 담보대출을 받아 개인택시 면허를 살 계획이다. 김 씨는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아들 때문에 밥벌이를 쉬는 건 꿈도 못 꾼다며 개인택시를 해도 월수입 200만 원을 겨우 넘는 수준이라며 대출이자나 제대로 갚을 수 있을지 앞으로 10년이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노인들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한국의 노인 빈곤율은 1위.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자영업에 나서지만 60세 이상인 사람들의 소비여력은 해가 갈수록 뒷걸음질치고 있다.

25일 통계청의 2012년 비()임금근로 부가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으로 60세 이상 자영업자는 총 143만8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136만3000명)보다 5.5%(7만5000명) 증가했다. 30대(4.5%), 50대(3.5%) 등에 비해 높은 증가세다.

전체 자영업자에서 60세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은 24.8%로 전체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60세 이상이었다. 2007년 22.1%에서 매년 0.10.4%포인트 소폭 증가하다가 지난해 24%로 껑충 뛰었고 올해도 비중이 크게 늘었다. 노인 자영업자가 증가했지만 이들 중 직원을 1명이라도 둔 고용주의 비중은 10.2%(14만70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영세했다.

자영업 등을 통해 소득을 늘리려 애쓰고 있지만 60대 이상의 실제 소비 능력은 예전보다 감소했다.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가구주가 60세 이상인 가구(도시 2인 이상 가구 기준)의 3분기(79월) 평균 소비성향은 69.4%로 외환위기 때인 1997년 3분기(66.7%) 이후 15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평균 소비성향은 한 가구가 벌어들인 소득 중 얼마나 소비에 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60세 이상의 처분가능소득은 2002년 168만 원에서 올해 236만 원으로 40.5% 증가했지만 소비지출액은 같은 기간 136만 원에서 164만 원으로 2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주요 자산인 집값의 하락, 부담스러운 가계부채 및 이자부담 등으로 돈을 벌어도 충분히 쓸 수 없는 것이다.

노인들의 빈곤율도 심각한 수준이다. 빈곤율은 가처분소득 중앙값(수치를 크기 순으로 나열할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값)의 50% 이하에 해당하는 인구의 비율. 통계청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조사한 가계금융 복지조사에 따르면 한국 전체 가구의 빈곤율은 16.5%인 데 비해 60대 이상 빈곤율은 갑절에 가까운 32%, 70대 이상 빈곤율은 54.5%에 달했다.

김동열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받는 노인의 비율이 30%가 채 안 되는 데다 직장 은퇴자들이 자신의 경력을 활용할 수 있는 직업이 부족한 게 노인 빈곤의 주원인이라며 복지정책을 체계적으로 정비하면서 노인들을 위한 직업훈련, 구직시스템 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훈 janua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