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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난 농심까지 옮길라 (일)

Posted January. 19, 201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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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보름 앞으로 다가오면서 방역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백신 접종으로 다소 수그러든 구제역의 기세가 설 대이동을 통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방역 당국이 사상 초유의 전국 백신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도 이 때문.

그러나 구제역 바이러스와 함께 성난 농심()까지 퍼져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커가고 있다.

바이러스와 함께 민심까지 확산될라

맹형규 행정안전부 장관은 전국 백신 접종을 발표하면서 설 이전에 큰 물줄기는 잡겠다는 생각이라며 출입국 검역 강화, 축산농가 방역수칙 준수 등 설 방역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방역 당국이 설 연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귀향 인구가 늘어나면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전방위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는 이미 구제역이 발생한 수도권에서 전남북, 경남 등 미발생 지역을 찾을 경우 자칫 확산될 우려가 있다며 긴 연휴로 현장의 방역활동에 공백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가 설 연휴를 우려하는 진짜 속내는 연휴를 맞아 바이러스 이동과 함께 농심 이동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50일이 넘게 구제역이 전국을 휩쓸고 있지만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의 민심과 지방 민심이 다소 온도차가 있는 게 사실. 농식품부의 한 관계자는 수도권에서는 구제역보다 쥐식빵에 더 민감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설을 맞아 고향을 찾은 수도권 시민들이 구제역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쑥대밭이 된 농촌을 직접 눈으로 보고, 허탈한 가족, 친지들의 얘기를 듣는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아직까지는 구제역으로 인한 책임자 문책 여론이 그리 높지 않지만 설을 기점으로 흐름이 확 바뀔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 때문이다.

설 귀향 해도 걱정, 안 해도 걱정

구제역과 AI 때문에 이번 설은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썰렁한 명절이 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는 바이러스 전파 우려 때문에 출향객들의 귀성 자제를 호소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경기 이천시는 설 귀향을 자제하자는 내용을 담은 시장 명의의 편지를 발송했다고 밝혔다.

전남 나주시의 한우농장주 장윤기 씨(68)는 자식들을 보고 싶지만 혹시 몰라 명절에 내려오지 못하도록 했다며 그렇다고 서울로 역귀성하기도 힘들어 어느 해보다 썰렁한 명절이 될 것 같다고 한숨지었다.

그러나 귀향객이 줄어든다 해도 방역 당국의 고민은 여전하다. 고향에 내려가지 않아도 인구 이동이 많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내 이동은 물론이고 구제역 발생 국가인 동남아 등 해외를 찾는 관광객들이 늘어날 수도 있어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18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축산 종사자들이 입국 시 검역을 하지 않을 경우 처벌하는 내용을 담은 가축전염병예방법 공포안을 의결했다. 개정된 법은 이르면 이번 주말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한상준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