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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은 외환위기후 현금 축적 총저축률 꾸준히 30%대 유지

기업은 외환위기후 현금 축적 총저축률 꾸준히 30%대 유지

Posted March. 24, 200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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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인 한모 씨(44서울 마포구)가 지난달 인건비와 세금을 떼고 순수하게 벌어들인 돈은 530만 원. 각종 대출 이자, 두 딸의 학원비, 보험료, 기타 생활비 등 일상적인 지출을 빼고 나면 10만 원도 안 남는다. 한 씨는 2006년 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산 뒤로는 좀처럼 돈을 모을 수 없다고 하소연했다.

한 씨처럼 과도한 대출과 사교육비 지출 등으로 저축이 힘든 사람이 늘어나면서 한국 가계의 저축률이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부형 현대경제연구원 실물경제실장은 지난해는 고용 사정이 나빠지고 가계 부채가 계속 늘어난 데다 물가와 금리 수준도 높았기 때문에 저축률이 1%대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세계 최저 수준의 저축률

가계저축률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3.2%에 이른 뒤 가파르게 하락해 2002년에는 2%대까지 떨어졌다. 이후 2004년 5.7%까지 저축률이 올랐으나 2007년 다시 2.3%로 낮아졌고 작년에도 하락세를 이어갔다.

가계저축률은 세금과 이자 등을 제외하고 개인이 쓸 수 있는 모든 소득(가처분소득) 가운데 소비지출에 쓰고 남은 돈의 비율을 말한다. 예금 적금뿐 아니라 펀드 투자액도 저축으로 잡힌다. 가계저축률이 1%라면 월 100만 원을 벌어 소비에 쓰고 난 뒤 저축할 수 있는 여윳돈이 1만 원이라는 뜻이다.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2007년 기준으로도 독일(10.8%) 프랑스(12.4%) 스위스(13.0%) 스페인(10.2%) 등보다 훨씬 낮고 초저금리가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일본(3.1%)에도 못 미친다. 2007년 4분기 0.4%까지 하락했던 미국의 가계저축률이 최근 오름세로 돌아서 올 1월에 5%까지 높아진 것을 감안하면 주요국 중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기업은 돈 쌓고 가계는 빈곤

한국의 가계저축률이 곤두박질친 것은 소득은 완만히 증가한 반면 부채와 소비가 빠른 속도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투자 열풍과 사교육비 부담이 가계의 저축 여력을 크게 약화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려 집을 사면서 가계의 금융부채 규모는 2008년 말 800조 원을 넘어서며 1년 전의 3배가 넘는 규모로 늘어났다. 가계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980년대 6%에서 최근 12%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가계저축률의 급락세와는 대조적으로 총저축률(정부 기업 개인 등 모든 경제주체의 저축비율)은 30% 이상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 기업은 외환위기 이후 100조 원대의 내부유보금을 마련하는 등 현금을 축적해 왔지만 가계는 전혀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다.

저축률이 낮은 것은 그만큼 소비지출이 활발하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저축률 하락이 무조건 나쁜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가계는 소득에 비해 부채 부담이 너무 커 저축을 하고 싶어도 엄두를 못내는 게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회안전망이 선진국에 비해 크게 미흡한 상황에서 낮은 저축률이 경기침체 및 자산가격 하락과 맞물리면 심각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금융연구실장은 취약계층인 저소득층의 소득원을 확보하는 방법부터 찾아야 한다며 고용안정과 일자리 확대를 통해 가계 부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