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윈난, 땀내나는 샹그리라를 찾아서

Posted January. 05, 2008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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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를 읽은 이는 기억한다. 제갈량이 남만() 정벌에 나서 일곱 번 놓아주고 일곱 번 잡았다는 칠종칠금()의 어리석은 장본인 맹획을. 삼국지는 남방을 중국에서 먼 오지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이곳은 유비의 근거지인 촉나라가 있던 청두()에서 그리 멀지 않았다. 아마 산과 강으로 막혀 있는 이곳의 험난한 지형 때문이었을 것이다.

이곳은 937년 남조가 망한 뒤 세워진 대리국()의 수도가 있던 곳이기도 하다. 대리국은 대리석의 고향. 이곳은 또 중국인들이 많이 마시는 푸얼(이)차의 고장이다.

1년 내내 봄처럼 온화한 기후, 야자수의 이국적인 풍광과 고산지대의 설산이 어우러져 장관인 곳. 그래서 전 세계 배낭족의 파라다이스 같은 곳. 바로 윈난()이다.

윈난은 공존의 땅이기도 하다. 중국 소수민족의 절반이 이곳에 산다. 저마다 마을에서 언어와 문화를 지키며 공존한다. 옛 도시와 첨단 문명이 공존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한다.

이 어우러짐의 땅에 사진과 여행을 좋아하는 7명이 각기 발을 내디뎠다. 시인 박노해, 사진가 이갑철 이상엽 정일호, 카피라이터 이희인, 직장인 황문주, 여행가 황성찬 씨다. 이 책은 그들이 윈난에서 각기 소중한 사람에게 보낸 편지와 사진을 담았다.

천연색으로, 흑백으로 찍은 사진 한 컷 한 컷에 윈난의 아름다움을 담았고 조근조근 써내려간 편지에 윈난 사람들의 눈물 땀 역사를 담았다.

이상엽 씨는 푸얼차를 만드는 윈난 성 시솽반나() 지역을 찾았다. 그가 찍은 푸얼차 밭은 한없이 푸르다. 그러나 그는 풍경 속의 사람까지 만났다. 푸얼차 열풍에 가격이 급상승하자 대도시 상인들이 차밭에 몰려와 따지도 않은 찻잎을 먼저 사버리고, 차농들이 찻잎 따는 모습을 감시한다.

박노해 시인은 독일제 카메라 라이카를 들고 윈난의 한 고원마을에 올랐다. 3000m 고원에서 바깥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시원()의 풍경을 만난 시인. 복잡한 세상사 잊을 법하지만 순수한 아름다움은 없으며 모든 아름다움엔 치열한 숨결이 숨어 있음을 깨닫는다. 차별받으며 언어와 문화를 잃어가는 그곳 소수민족 사람들의 모습을 응시한다.

삶이 배어 나오는 얼굴과 자연의 풍광이 어우러진 사진이 마음 한구석을 때로는 따뜻하게 때로는 시원하게 보듬어준다.



윤완준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