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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대학 기숙사서 한방 썼죠

Posted July. 15, 2005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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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외교가에는 북한의 최고 명문 김일성종합대를 졸업한 대사가 3명 있다. 팜띠엔번 주한 베트남대사와 페렌레인 우르진룬데브 주한 몽골대사, 올해 말 이임하는 리빈() 주한 중국대사가 그들이다. 세 사람은 또 오랫동안 북한 주재 외교관을 지냈다는 경력도 같다. 팜띠엔번 대사의 전임자인 즈엉찐특 대사도 김일성대 출신이며, 리 대사의 후임으로 내정된 닝푸쿠이() 대사도 김일성대를 졸업했다. 특히 올 3월 부임한 팜띠엔번 대사와 2001년 10월 부임된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1967년 김일성종합대 조선어문학부에 입학해 한방을 쓰면서 공부한 룸메이트다.

우르진룬데브 몽골대사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남북한에서 다같이 대사를 지낸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이다.

한반도와의 첫 인연은 북한과 먼저 맺었다. 1967년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한 것이 계기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김일성대 유학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한반도 상황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주었다고 회상했다.

이때 그는 팜띠엔번 주한 베트남대사를 만났다.

한방을 쓰게 된 몽골인 학생 우르진룬데브 씨와 베트남인 학생 팜띠엔번 씨. 둘 다 장차 자신들이 남북한에서 외교관으로 일하게 될 줄 상상하지 못했다.

학창 시절 우정을 쌓은 두 사람은 20년 가까이 남북에서 외교관으로 있었지만 묘하게도 두 사람의 근무 시기는 엇갈렸다. 한 사람이 본국에 있으면 한 사람은 북한에, 또 한 사람이 북한에 있으면 한 사람은 남한에 있는 식이었다.

그러다 팜띠엔번 대사가 올 3월에 한국 주재 베트남대사로 부임되면서 두 사람의 우정은 다시 싹트게 됐다.

먼저 대사를 지낸 사람은 우르진룬데브 씨. 그는 1984년부터 1989년까지 북한에서 대사를 지냈다. 1991년 한국과 몽골이 수교를 하면서 그는 초대 한국주재 몽골대사로 부임했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죠. 말투만 봐도 북한은 혁명적으로 하는 편인데 남한의 말투는 상당히 부드러웠죠. 동무란 말도 상당히 좋은 말인데 남한에서는 들어보기 힘들지요.

그는 이후 2000년까지 쭉 주한 대사를 지냈고 이후 1년간 잠시 본국에 돌아갔다 다시 서울로 나왔다. 1989년부터 3년을 제외하고는 18년간을 남북한에서 대사로 지낸 것이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아마 한반도에서 가장 오랫동안 대사로 있은 것이 아닌지 모르겠다며 웃음을 지었다. 우르진룬데브 대사는 한국과 몽골은 역사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많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몽골사람은 한국을 외국으로 치지 않아요. 몽골에 대한 친근감은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물론 차이점도 존재하지만 공통점에 기초해 양국 관계를 발전시키면 서로 간에 엄청난 이득을 볼 겁니다. 몽골은 세계 8대 자원국입니다. 한국은 자원이 필요한 나라죠. 그 필요한 자원을 가진 가까운 나라는 몽골밖에 없어요.

팜띠엔번 베트남대사

올 3월 28일 제4대 주한 베트남 대사로 부임한 팜띠엔번 대사는 베트남 외교부 최고의 한반도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베트남전이 한창이던 1967년 국비 유학생으로 선발돼 김일성종합대에서 유학한 뒤 남북한을 오가며 20년을 한반도에서 살았다. 팜띠엔번 대사 가족은 이례적인 한반도 외교가족이다.

부인인 주엉티중(56) 여사는 팜띠엔번 대사와 고등학교 동기로 1967년 함께 북한에서 유학했다. 팜띠엔번 대사는 김일성대에서, 주엉티중 여사는 원산경제대학에서 공부했다. 주엉티중 여사는 현재 베트남 공산당 아시아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하면서 한반도 문제를 총괄하고 있다.

아들 셋은 모두 한국의 서울대와 경희대에서 유학했다. 장남인 흐엉(30) 씨는 경희대 대학원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한 뒤 현재 평양 주재 베트남대사관에서 서기관으로 근무한다.

아버지는 서울에서 대사로, 맏아들은 평양에서 서기관으로, 부인은 베트남에서 남편과 아들의 활동을 보고받는 셈이다. 그런 까닭에 팜띠엔번 대사의 소원은 남북한이 협력하고 화해하여 평화통일을 이루는 것이다. 팜띠엔번 대사가 좋아하는 음식은 갈비 불고기 생선회 된장국 김치 삼계탕이다. 이는 베트남인들도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하다. 차가운 냉면은 베트남인들이 아주 이상하게 생각합니다. 베트남인들은 따뜻한 면만을 먹기 때문이죠.

팜띠엔번 대사의 취미는 골프와 수영. 골프 핸디는 15로 골프가 아직 일반화되지 않은 베트남 외교부 내에서는 베스트 골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한국과 베트남은 수교 13년 동안 엄청난 교류 협력 성과를 이뤄냈다.

1990년 4만5만 명에 불과하던 베트남 방문 한국 관광객은 현재 연평균 30만 명에 이른다. 또 베트남에는 900여 개의 한국기업이 진출해 10만여 명의 베트남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45억 달러로 싱가포르 대만 일본에 이어 4위.

그만큼 한국과 베트남이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팜띠엔번 대사는 향후 4, 5년 내 양국 교역은 80억 달러 수준으로 2배 이상 증대될 것이라며 양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