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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위기의 국어

Posted July. 06, 2005 00:38,   

日本語

한글학자 주시경 선생은 우리말과 글을 갈고 닦는 일을 집안 청소에 비유했다. 집안이 지저분하면 식구의 마음도 혼란스러워지듯이 우리말과 글이 엉망이 되면 국민정신이 해이해지고 나라의 힘도 약해진다고 본 것이다. 이해인의 시 나를 키우는 말은 좋은 말이 사회를 성숙하게 만든다고 노래한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동안은 나도 잠시 아름다운 사람이 되어 마음 한 자락이 환해지고/좋은 말이 나를 키우는 걸/나는 말하면서 다시 알지.

언어파괴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다. 인터넷에서는 우리말을 조롱하는 듯한 표현들이 범람하고 있다. 대통령부터 못해먹겠다 깽판 등 막말을 쏟아 내니 젊은이들만 나무랄 일도 아니다. 국어의 위기는 우리말의 오염과 품위 상실에 그치지 않는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은 한 설문조사에서 대학 졸업생의 국어 실력에 불만을 토로했다. 신입사원의 쓰기와 말하기 능력이 떨어져 기획서나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하지 못하고, 여러 사람 앞에서 설명하는 프레젠테이션 능력도 부족하다는 것이다.

쓰기와 말하기는 이른바 자기표현 능력이다. 말을 잘해야 성공한다는 얘기가 있듯이 경쟁시대에는 자기 견해를 정확하게 전달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힘이 생존의 무기가 된다. 선진국은 최근 연극과 미술교육을 강화했다. 학생들의 표현력을 높여 주기 위함이다. 중국의 청나라 시대 학자 구양수()는 글을 잘 쓰기 위해 삼다()를 권했다. 많이 읽고 많이 써 봐야 하며 많이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런 교육이 부실했다. 어른들도 국어 가꾸기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다.

쓰지 못하고 말을 못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국가경쟁력은 떨어진다. 타락한 언어는 사회를 병들게 한다. 국어의 총체적 부실을 어떻게 풀어 가야 하나. 국어를 남이 지켜주지는 않는다. 우리 스스로 가꿔 나갈 수밖에 없다. 민족의 얼이 담겨 있는 국어를 더럽혀진 채 후손에게 물려주는 것은 죄악이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