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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공격에 美대선도 ‘소용돌이’

Posted April. 15, 2024 08:51,   

Updated April. 15, 2024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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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었던 시나리오가 발생했다.”(미 CNN 방송)

13일 밤(현지 시간)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보복 공격은 11월 미 대선 구도에도 작지 않은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확전을 막으려 안간힘을 써왔던 바이든 대통령은 중동 최대 맞수인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로 큰 위기에 봉착했다. 대선 경쟁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의 유약한 지도력 탓”이라며 맹공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호르무즈 해협에서 일어난 이란의 이스라엘 선박 나포를 보고받은 뒤 델라웨어주 러호버스비치 별장에서 바로 백악관으로 복귀했다. 공습 직후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이스라엘 안보를 지키겠다는 미국의 공약은 철통같다”며 지지 의사를 밝힌 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전화를 걸어 이란에 대한 반격을 사실상 만류했다.

이날로 191일째 이어지고 있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바이든 대통령에게 재집권의 최대 위협 요인 중 하나다. 한때 ‘외교의 달인’으로 불리며 외교만큼은 합격점을 받아왔지만 전쟁 장기화로 인해 자국 내 기류가 심상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가자지구에서 민간인 및 구호단체의 희생이 늘어나자 그가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 이슬람계 유권자 등 핵심 지지층을 중심으로 한 민심 이반이 두드러졌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7∼1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한 긍정 평가는 36%에 그쳤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전통 우방인 이스라엘을 외면할 순 없지만, 적극적으로 지원하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에 이번 공습의 책임을 돌리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이날 펜실베이니아 유세에서 “우리(미국)가 드러낸 나약함은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며 “내가 대통령이었다면 오늘 벌어진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은 물론이고 지난해 10월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서방국과 유럽연합(EU), 유엔 등 국제사회는 일제히 이란을 규탄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통해 “모든 당사자가 중동 여러 전선에서 대규모 군사적 대결을 초래할 수 있는 행위를 피하기 위해 ‘최대 자제(maximum restrain)’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4일 긴급회의를 열어 이란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과 중동 사태 악화 문제에 대해 논의한다.


홍정수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