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김정은 “韓美, 단계적 조치해야”... 분명해진 ‘조건부 비핵화’

김정은 “韓美, 단계적 조치해야”... 분명해진 ‘조건부 비핵화’

Posted March. 29, 2018 08:19,   

Updated March. 29, 2018 08:19

日本語

 중국 베이징을 전격 방문한 북한 김정은이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한국과 미국이 선의로 평화·안정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고 신화통신이 어제 보도했다. 김정은은 “선대(先代)의 유훈에 따라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이라고도 했다. 이에 시 주석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안정 유지, 대화·협상을 통한 해결을 지지한다”고 화답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의 발언은 이달 초 문재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에게 밝힌 비핵화 의사를 이번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재확인한 것이다. 특사단이 방북 결과 발표를 통해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이 해소되고 북한의 체제안전이 보장된다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고 밝힌 내용과 크게 차이가 없다.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김정은의 말도 그대로다. 다만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서는 한미의 ‘단계적, 동시적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혀 ‘조건부 비핵화’임을 보다 분명히 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그 조건을 구체적으로 얘기하진 않았지만 체제안전 보장과 평화협정 체결, 북-미 수교 같은 조치일 것이다.

 결국 김정은의 비핵화는 핵의 동결부터 폐기에 이르는 비핵화 단계마다 그에 상응하는 제재 완화 같은 보상 조치가 이뤄져야 하며 궁극적으로 핵 폐기와 평화체제의 동시 완결을 의미한다. 김정은이 무조건 비핵화할 것으로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김정은은 ‘공짜로 핵을 포기하는 일은 없다’고 분명히 밝힌 것이다. 중국이 그동안 주장해온 쌍궤병행(雙軌竝行) 해법이자, 우리 정부가 그리는 한반도 평화구상도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미국의 해법과는 사뭇 다른 게 사실이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목표로 비핵화 달성까지 제재와 압박은 계속될 것이라고 밝혀왔다. 미국은 사실상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 방식인 셈이다. 백악관은 어제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관련한 최신 동향을 잘 따라잡고 있다”고 했지만 과연 트럼프 대통령이 이런 김정은식 비핵화를 제대로 알고 북-미 정상회담 제안을 수용했는지 의문이다.

 결국 미국이 비핵화와 평화체제라는 두 가지를 동시에 완료한다는 목표에 동의할지가 관건이다. 나아가 미국이 여기에 동의한다 해도 북핵 폐기까지는 동결과 불능화, 신고, 사찰 등 지난한 이행·검증 과정을 거쳐야 한다. 또 단계마다 미국이 안전 보장과 제재 완화, 경제 지원 요구에 응할 것인지도 미지수다.

 당장 김정은은 북-미 대화의 출발점으로 미국에 북한의 붕괴, 정권교체, 흡수통일, 침공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4노(No) 원칙’ 재천명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4노’를 주도했던 대화파는 사라지고 초강경 매파가 차지했다. 북-미가 조건을 맞춰보기도 전에 비관적 전망부터 내놓는 것은 성급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합의를 이루기엔 넘어야 할 산이 너무도 많다는 점이 분명해졌다. 그만큼 북-미 정상회담 전에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이, 그리고 그에 앞선 한미 간 정책조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되새길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