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9•11현장서 1km 거리...뉴욕 맨해튼 덮친 트럭 돌진 테러

9•11현장서 1km 거리...뉴욕 맨해튼 덮친 트럭 돌진 테러

Posted November. 02, 2017 09:54,   

Updated November. 02, 2017 10:57

日本語

 미국 뉴욕의 심장부 맨해튼이 2001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차량 테러 공격을 받아 8명이 사망하는 등 2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10월 라스베이거스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이 가시기도 않았는데 핼러윈에 대형 테러 사건이 발생해 미국인들의 충격이 더 컸다.

 뉴욕 경찰(NYPD)과 미 언론에 따르면 31일(현지 시간) 오후 3시 5분 우즈베키스탄 이민자인 사이풀로 사이포프(29)가 몬 소형 트럭이 로어맨해튼 서남쪽 허드슨 강변의 자전거 도로로 질주해 아르헨티나 관광객 5명 등 8명이 죽고 2명의 어린이 등 12명이 다쳤다. 범인은 이날 뉴저지주 홈디포에서 빌린 트럭을 몰고 약 1.6km, 20블록의 길을 질주하며 자전거 탄 관광객과 행인을 뒤에서 덮쳤다고 뉴욕타임스(NYT) 등이 전했다.

 이후 트럭은 뉴욕 명문고로 꼽히는 스타이버선트고교 앞 사거리에서 록펠러 공원 방향으로 급하게 좌회전을 하다가 스쿨버스와 부딪히며 멈췄다. 스쿨버스에 탄 어른 2명과 학생 2명도 크게 다쳐 병원으로 옮겨졌다. 차에서 내린 사이포프는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를 외치고 모조 총기 2정을 휘두르며 도로 위 운전자와 행인을 위협하다가 경찰이 쏜 총을 배에 맞고 붙잡혔다.

 사건 현장에서 조깅을 하고 있던 톰 켄드릭 씨(36)는 NYT와 인터뷰에서 “다친 사람과 부서진 자전거가 도로 옆 수풀 등에 쓰러져 있어 도와주려고 다가갔지만 피투성이에 의식이 없고 팔다리가 축 늘어져 있었다”며 “소름 끼치고 비현실적이었다”고 말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로사리오시의 고교 동창생들이 졸업 30주년을 맞아 단체로 뉴욕 여행을 왔다가 5명이 죽고 6명이 다치는 변을 당했다. 벨기에 관광객도 1명 죽고 3명이 다쳤다. 뉴욕총영사관은 “한국 국적자 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사건 현장 주변에는 학교 3곳이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스타이버선트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기무라 히로 군(15)은 “매우 큰 자동차 충돌 소리가 난 뒤에 총격 소리를 들었다”며 “아이들이 우르르 달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총격에 놀란 일부 학생들은 핼러윈 복장을 한 채 2시간 동안 학교에 갇혀 공포에 떨었다.

 사이포프가 체포된 현장은 9·11테러가 발생했던 메모리얼센터에서 1km도 떨어지지 않은 번화가여서 뉴욕 시민들의 충격이 더 컸다. 트럭에서는 “이슬람국가(IS)의 이름으로 공격했다”는 쪽지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주권자인 사이포프는 2010년 이민 와서 플로리다주 탬파에 거주하며 우버 운전사로 일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30일 프랑스의 친IS 단체가 핼러윈 테러를 선동했다는 것을 근거로 핼러윈을 노린 테러 가능성도 제기된다. 빌 더블라지오 뉴욕시장은 “현재까지의 정보로 볼 때 무고한 시민을 노린 비겁한 테러 행위”라고 비난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광범위한 테러 모의 증거가 ‘외로운 늑대(lone wolf)’의 범행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 연방수사국(FBI)이 테러 동기와 배후 등을 조사 중이다.

 이번 사건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건을 보고받고 트위터에 “방금 국토안보부에 ‘극단적인 입국심사 프로그램’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고 글을 올렸다. 우즈베키스탄은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 금지 행정명령 대상 국가는 아니다.

 원시적인 차량 테러 공격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2009년 이후 세계에서 169건의 차량을 이용한 테러가 발생했다. 지난해 프랑스 니스에선 차량 테러로 86명이 사망했다.



박용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