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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남자들이 잘한다는 선입견 깨고 싶었다”

“수학은 남자들이 잘한다는 선입견 깨고 싶었다”

Posted July. 31, 2017 09:41,   

Updated July. 31, 2017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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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학생 대표가 올해 한 명 나왔으니 앞으로 더 많은 여학생들이 자신감을 갖고 출전하면 좋겠어요.”

 23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폐막한 58회 국제수학올림피아드(IMO)에서 종합 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의 ‘홍일점’ 김다인 양(17·서울과학고 2학년)의 당찬 소감이다. 김 양은 11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 IMO 대표단에 선발된 여성 선수이자 이번 한국대표팀 6명 중 유일한 여학생이었다. 올해 IMO에 참가한 전 세계 여학생은 62명. 김 양은 이들 가운데 1위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았다.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과학고 우암관에서 김 양을 만났다.

 김 양이 수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초등학교 저학년 때부터다. 김 양의 부모는 수학문제를 빨리 풀게 하기보다 답을 구하는 과정을 고민하도록 유도했다고 한다. 김 양도 창의력을 키우는 수학 잡지나 기사 등을 즐겨보며 수학에 깊은 관심을 가졌다. 김 양은 “학교 수업에 나오는 수학 문제만 보고 ‘수학은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아 아쉽다”고 했다.

 김 양이 처음 수학올림피아드를 접한 건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김 양은 이때 한국수학올림피아드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다. 상을 받고 나니 김 양은 ‘내년에도 또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고 한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는 본격적으로 수학올림피아드에서 나오는 문제를 공부하기 시작했다. 수학올림피아드는 크게 기하, 조합, 정수, 대수 등 4개 영역으로 나뉜다. 학교에서는 가르쳐 주지 않아 학원에서 수학올림피아드 입문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었다. 김 양은 “수학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같이 모여 토론하고 방법을 공유하는 과정이 즐거웠다”고 말했다.

 김 양은 중학교 2학년 때 중등과정 수학올림피아드 시험을 치렀고, 중학교 3학년 때는 고등과정 수학올림피아드 시험을 봤다. 이어 지난해 11월에는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서 은상을 수상했고 올해 2월에는 루마니아 마스터스 매스매틱스(RMM) 대회에서 한국팀은 1위, 개인은 2위를 수상했다.

 20여 년간 국제수학올림피아드 한국 대표팀을 이끌어온 송용진 인하대 수학과 교수는 “수학적 재능은 남학생과 여학생 간 별 차이가 없다”고 했다. 송 교수는 “김다인 학생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건 수학을 좋아하고 거기에 몰입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양에겐 쌍둥이 오빠가 있다. 과학고에 진학한 김 양과 달리 김 양의 오빠는 일반고에 진학해 문과를 선택했다. 수학보다 사회와 역사를 더 좋아한다고 한다. 쌍둥이 남매의 성향은 사회적 통념과는 반대로 나타난 셈이다.

 김 양은 자신의 롤모델로 마리암 미르자하니 스탠퍼드대 교수를 꼽았다. 15일 타계한 미르자하니 교수는 ‘수학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필즈상의 첫 여성 수상자다. 김 양의 꿈도 수학 교수다. 학문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수학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글도 쓰고 대중강연도 하고 싶다는 게 김 양의 소망이다. 김 양은 “수학 교수가 돼 세계 많은 교수들과 학문적인 교류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하경기자 whatsup@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