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AI에 따르면 미 공군은 30일(현지 시간) 또는 31일, APT의 제안요청서(RFP)를 관련 업체들에 발행할 예정이다. APT 수주전이 본격 시작되는 것으로, RFP에는 차기 고등훈련기가 갖춰야 할 요구사항이 담기게 된다. 이 요구사항을 얼마나 잘 충족하면서 가격경쟁력도 갖출 수 있는지가 이번 수주전의 관건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을 3파전 양상으로 보고 있다. 미국 록히드마틴-KAI 컨소시엄과 미국 보잉-스웨덴 사브 컨소시엄, 미국 노스럽그루먼-영국 BAE 컨소시엄이 유력하다. 참여하는 업체들이 모두 세계적으로 쟁쟁한 방산·항공업체여서 이들의 자존심 대결도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최대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과 짝을 이룬 KAI는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A’로 수주전에 뛰어든다. T-50A는 올해 6월 초 경쟁 기종 중 처음으로 초도비행에 성공하는 등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T-50계열의 항공기가 5000회 무사고 비행을 달성했고 한국 공군이 지난 10년간 운용해 온 데다 이미 100대가 넘는 기체가 제작돼 성능이 검증됐다는 것이 강점이다.
다만 이런 대형 방산사업은 정부의 지원이 필수적인데, 국내 정국이 어수선해 지원이 제대로 이뤄질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 6∼9월이 가장 중요한 시기로 예상되는데, 이때 한국은 대선 선거전이 한창이거나 대선 직후가 돼 시기적으로 미국 정부와 제대로 소통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이런 분위기에도 하성용 KAI 사장과 임원들은 수주 실패 시 책임을 지겠다는 뜻으로 사표까지 미리 쓰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미 공군은 내년 말 최종 사업자를 선정해 계약을 맺고 2032년까지 양산을 마칠 계획이다. 1차분은 350대지만, 가상 적기용이나 미 해군 등 추가 수요를 고려하면 1000대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선정된 업체는 향후 세계 고등훈련기 시장을 주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규 sunggy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