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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균의 오락가락 미국관

Posted September. 19, 2016 08:20,   

Updated September. 19, 2016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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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 “미국산 쇠고기는 굳이 먹을 일이 없을 것 같다”고 했던 정세균 국회의장이 미국에서 한미동맹 강화를 역설했다. 정 의장은 15일 코리아 소사이어티 연설에서 “한미동맹은 한국에는 사활적 요소”라며 한국의 번영에 기여한 것에 헌사를 아끼지 않았다. 13일 폴 라이언 하원 의장 면담 때는 “한국 야당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에 근본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사드 반대가 아니라니 반갑기는 하지만 그의 과거 발언과는 달라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정 의장은 미국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땄고 1980년대엔 무역상사 주재원으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에서 30대를 보냈다. 하지만 2008년 광우병 파동 때 그는 미국산 쇠고기의 체험적 진실엔 시치미를 뗀 채 72시간 연속 촛불집회에 참석했다. “국민이 싸우고 있는데 이런저런 핑계로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는 개인 성명도 냈다. 민주당이 장외투쟁을 접고 국회에 등원할 땐 당 대표로서 수배 중인 광우병 대책회의 간부들을 찾아가 양해도 구했다.

 ▷2011년 민주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재재협상을 요구할 때 그는 이명박 정부의 재협상으로 이익 균형이 깨졌다며 이를 만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이번 방미에선 “한미 FTA는 완전히 이행돼야 한다. 지금까지도 양국에 이익이 됐고 앞으로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을 바꿨다. 정기국회 개회사에서 사드에 관한 정부 태도를 비판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논란을 일으킨 뒤 미국에서 톤을 낮춘 경위가 궁금하다.

 ▷여야 원내대표와 함께 방미한 정 의장이 북한의 5차 핵실험에 경각심을 느껴 초당적 외교를 펼치는 것은 바람직하다. 그러나 듣는 사람이 좋게 때와 장소에 맞춰 말을 바꾼 것이라면 미국이 과연 진정성을 느낄지 모르겠다. 하긴 요즘 야당 의원 중엔 운동권 시절 ‘반전 반핵 양키 고 홈’을 부르짖으며 미국의 전술핵 철수를 요구해놓고 정작 북핵엔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 그때그때 달라지는 정치인의 언행, 검증이 필요한 세상이다.

한 기 흥 논설위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