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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사건에...오바마 사면초가

올랜도 게이클럽 총기 사건에...오바마 사면초가

Posted June. 14, 2016 07:13,   

Updated June. 14, 2016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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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플로리다 주 올랜도의 게이클럽 총기 테러가 미국 대선 이슈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테러 정책과 이민자 이슈를 집중 부각시키며 주도권을 쥐겠다는 태세다.

 평소 반(反)무슬림, 반이민 정책을 내세워 표몰이를 해온 도널드 트럼프는 테러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에 “이슬람 테러주의자들에 대한 나의 입장이 옳았다고 축하하는 지지자들이 있지만 지금은 축하를 원하지 않는다”고 썼다. 트럼프는 이어 “지금은 (테러에 대한) 강인함과 경각심을 원한다”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느슨한 대테러 및 이민자 정책이 올랜도 테러를 야기했다는 비판이다.

 트럼프는 13일 뉴햄프셔 주 유세에서 이메일 스캔들 등 힐러리 클린턴 관련 의혹을 집중 제기할 참이었지만 이젠 대테러와 국가안보 문제로 바꿀 계획이라고 CNN이 전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출마 선언 직후부터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설치해 불법 이민자 유입을 막자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12월 샌버나디노 테러 사건 후에는 “무슬림들의 미국 입국을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바마 정부의 1기 국무장관(2009∼2013년)이었던 클린턴은 테러 문제에 대해서는 원칙론을 언급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클린턴은 트위터에 “끔찍한 테러 행위로 인해 영향을 받은 사람들과 내 마음은 하나”라며 조속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그는 15일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하기로 했던 합동유세도 취소했다.

 클린턴은 이번 일을 계기로 총기규제 이슈를 집중 부각시킬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범인이 AR-15 기관총을 쉽게 살 수 있을 정도의 총기 규제만으로는 이런 사건의 재발을 막기 어렵다며 트럼프와 공화당 진영을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클린턴은 총기 소지 자체를 반대하진 않지만 신원 조회를 통과한 사람만 총기를 소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민주당의 크리스 머피, 딕 더빈 상원의원도 “의회가 더는 총기규제 법안 처리에 손을 놓고 있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마르 마틴이 범행 전 수니파 이슬람 과격단체인 ‘이슬람국가(IS)’에 충성 서약을 한 것으로 드러나 총기 규제보다는 테러와 이민자 이슈가 주목받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경선주자로 플로리다가 지역구인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올랜도 테러 사건을 계기로 미국은 이제 전혀 다른 테러와의 전쟁에 돌입하게 됐다”며 오바마 행정부가 IS와의 전면전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랜도가 대표적인 스윙 스테이트(경합 주)인 플로리다(대의원 25명) 주에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이 대선 후보 간의 지지율에 미칠 영향이 관심이다. 퍼블릭폴리시폴링(PPP)의 7일 조사에선 트럼프가 45%, 클린턴이 44%였고 지난달 20일 CBS 조사에선 클린턴이 43%, 트럼프가 42%였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