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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배치, 언제까지 중국 눈치보고 결정 미룰 참인가

사드 배치, 언제까지 중국 눈치보고 결정 미룰 참인가

Posted June. 06, 2016 07:31,   

Updated June. 06, 2016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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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이 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 15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의 “미국은 동맹국가들과 함께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외교와 경제, 안전에 기여했다”며 일본을 필두로 호주, 필리핀과의 동맹 및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와의 파트너십을 차례로 언급했다. 하지만 한국은 북한의 도발에 대응하는 ‘미국-일본-한국의 3각 파트너십’으로 뭉뚱그려 표현하는 데 그쳤다. 미 국방장관이 ‘한미동맹’을 따로 언급하지 않을 것을 두고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도입과 관련해 중국 눈치를 보는 한국에 대한 서운함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도 무리가 아니다.

 아시아안보회의를 계기로 한동안 잠잠했던 사드 문제가 다시 현안으로 불거졌다. 카터 장관은 2일 싱가포르로 가면서 한민구 장관과 사드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기자들에게 예고했다. 그를 수행한 미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사드 배치에 관해 “곧 공개적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그러자 한 장관이 직접 나서 “사드 문제는 이번 회담의 의제가 아니다”라고 해명했고 실제로 4일 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사드가 논의되지 않았다고 국방부는 밝혔다. 그 동안 미국에서 사드 도입을 시사하면 한국이 황급히 부인했던 일이 이번에도 되풀이된 셈이다.

 한 장관은 이날 연설 후 문답과정에서 “사드 배치에 의지를 갖고 있다”고 밝혀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후 이어진 한중회담에서 쑨젠궈 중국 인민해방군 부총참모장이 “사드는 중국의 전략적 이익을 침해한다”며 완강한 반대 의사를 밝히자 한 장관은 “사드는 북핵 및 미사일 위협에 대비하는 방어용 무기”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다음날 쑨젠궈가 주제연설을 통해 “미국이 사드 시스템을 한국에 배치하려는 것에 반대한다”고 거듭 강조함으로써 한 장관의 설득이 통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북핵이 우리의 생존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사드 배치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그런데도 미국과 중국은 6일 시작되는 미중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북핵과 사드를 각각의 양국의 ‘카드’로 활용하는 양상이다. 중국이 북핵은 막지 못하고 대북 제재에도 소극적이면서 사드 도입만 막고 나서면 한국이야 어찌되든 안중에도 없다는 식이 아닌가. 우리의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사드는 물론 한일정보보호협정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우리가 중국의 눈치를 살피며 지나치게 좌고우면하는 모습을 보이면 중국이 더욱 고자세로 나올 수 있다.



한기흥기자 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