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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들은 배가 기울자 그래도 학생들부터 챙겼다

선생님들은 배가 기울자 그래도 학생들부터 챙겼다

Posted May. 22, 2014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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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하지 마. 너희부터 나가고 선생님 나갈게. 안산 단원고의 24살 새내기 교사 최혜정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다. 죽어도 학생들과 죽겠다. 한명이라도 더 구해야 한다. 학생부장 박육근 선생님은 제자들을 갑판위로 인도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가며 외쳤다 아이들한테 구명조끼를 입혀야 해요. 구명조끼 없어, 미안해. 사랑해. 외할아버지와 어머니에 이어 3대째 교단에 선 전수영 선생님이 엄마와 남자 친구에게 남긴 마지막 글이다. 죽음의 공포 앞에서도 학생들부터 챙긴 교사들은 차가운 시신으로 돌아왔거나 아직도 세월호 속에 갇혀 있다.

단원고 수학여행을 인솔한 14명 교사 가운데 11명이 사망 또는 실종이다. 승객들을 놓아두고 먼저 달아나기에 바빴던 선장과 선박직 승무원은 100% 생존했다. 교사의 생존율(21%)은 일반인(69%) 학생(23%)에 비해서도 가장 낮았다. 선생님들은 갑판 가까운 5층에 방이 있었지만 배가 기울자 제자들이 있는 3층과 4층으로 내려갔기 때문이다. 선생님들의 시신은 배 아래쪽에서 대부분 발견됐다.

세월호 참사 앞에서 깊은 절망을 느꼈던 우리는 단원고 교사들의 숭고한 죽음 앞에서 희망의 불씨를 다시 보게 된다. 생존 학생들 증언에 따르면 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탈출이 가능했는데도 아이들에게 자기 구명조끼를 벗어줬고 대피하라고 목이 터져라 외치며 한 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더 아래층 선실로 내려갔다. 선원들은 승객들을 버렸지만 선생님들만은 끝까지 제자들을 지켰다. 안순억 장학사는 이들은 위기의 순간에도 내 아이들을 보호해야한다는 일념으로 죽음에 대한 두려움마저 놓아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침몰하는 배와 운명을 같이 한 선생님들은 참 스승의 길이 무엇인지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었다. 교직에 대한 사명감, 제자에 대한 사랑을 넘어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게 해주었다. 직업윤리도 양심도 마비된 비겁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 저지른 죄를 대신해 목숨을 잃은 선생님들. 국가 차원에서 이들의 고귀한 희생을 인정하는 동시에 교직계에서 이들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갈 것인지 고민해야 할 때다. 이제 온 국민이 단원고 선생님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당신들이 참 자랑스럽습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