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첩자 색출 불 켠 북한, 중국인까지 첫 납치

첩자 색출 불 켠 북한, 중국인까지 첫 납치

Posted March. 25, 2014 0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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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북-중 접경지역의 중국 도시에서 중국인을 납치해 평양으로 끌고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중국 공안이 가족의 신고를 받고 수사에 착수해 사실로 밝혀진다면 양국 외교문제로 비화할 수 있다. 중국 국적자 피랍설은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이 체제 안정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되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공격하는 정황을 뒷받침한다는 지적이다.

24일 랴오닝() 성 단둥()의 50대 화교 대북사업가 쑹()모 씨 가족과 복수의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쑹 씨는 3일 실종된 뒤 연락이 끊겼다. 그는 실종 당일 오후 7시경 해관(세관) 근처에서 지인을 만나기로 했다며 집을 나선 뒤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쑹 씨가 개인적 원한이나 금전 문제 등의 이유로 어딘가에 감금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하지만 돈을 요구하는 연락 등이 없었고 북한에서 그를 봤다는 소식까지 들리면서 납치된 뒤 북송된 것으로 보고 있다. 쑹 씨의 한 친척은 해관 앞에서 누군가에게 붙들린 뒤 대형 박스에 실려 북으로 넘겨졌다고 한다. 현재 평양에 억류돼 있다는 전갈을 받았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625전쟁 때 중공군으로 참전했던 쑹 씨는 5년 전인 2009년 북한을 떠나 단둥에 정착한 이후 동영상 제작과 무역업을 해왔다. 중국 국적자로 북한 사정에 밝은 쑹 씨는 북한과 중국, 한국 인사들과 폭넓게 교류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쑹 씨 주변에서는 그가 지난해 10월 단둥에서 북한으로 들어갔다 국가정보원 첩자 명목으로 체포된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와 가까운 사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북한은 김 선교사를 붙잡은 뒤 그와 연관된 현지 주민 등을 대거 색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둥은 중국의 대북 교역 가운데 70%가 이뤄지는 곳으로 남북 첩보전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곳이다. 2011년 8월엔 한국인 선교사 김모 씨가 독침을 맞고 숨지기도 했다. 하지만 단둥에서 중국 국적자에 대한 공격이 보고된 적은 없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건드릴 수 없는 마지노선이 중국 국민에 대한 테러였으나 이번에 그 선을 넘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쑹 씨 가족들은 추가 테러를 우려해 모처로 피신한 상태다.

단둥=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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