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피니언] 30년 만에 부활한 저축하세요

Posted February. 07, 2013 03:42,   

日本語

1972년 1월 24일자 일간신문에는 박정희 대통령이 구두닦이 저축왕에게 금일봉을 하사했다는 기사가 큼지막하게 실렸다. 전북 완주 출신으로 10년 전 상경한 김광천 씨(당시 27세)가 서울 명동에서 점심도 굶어가며 구두를 닦아 115만 원을 모았다는 내용이었다. 당시 공무원 월급이 1만2만 원이었으니 굉장한 저축액이다. 박 대통령은 그해 연두기자회견에서 근면과 저축의 본보기로 김 씨를 크게 칭찬하고 며칠 뒤 금일봉을 줬다. 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그를 위해 경찰병원 종신진료권도 선물했다.

국가 국민 모두 찢어지게 가난해 건물 하나 지을 자본이 없던 1960, 70년대에는 정부가 나서서 저축을 독려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저축 목표액을 정해주고 은행별, 지역별로 할당했다. 목표액을 못 채운 은행이 사채시장에서 10%씩 커미션을 주고 예금을 유치해 당국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초등학생에게도 통장을 하나씩 갖게 했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외국에서 수억 달러씩 차관을 들여와 공장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던 시절이니 그렇게라도 자금을 확보해야 했다. 1976년 시작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은 금리가 한때 2030%나 됐다. 다들 저축할 마음이 들었을 듯하다. 1990년대에는 신규 예금자를 대상으로 추첨해 동남아여행권 자동차 휴대전화 등 경품을 주는 일도 있었다.

과거 세계 최고수준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저축률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79월) 30.4%를 기록하면서 1982년 3분기(27.9%) 이래 가장 낮아졌다. 가계 저축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 저축률은 1990년대 후반까지 20%를 웃돌았으나 2011년에는 2.7%로 추락해 뉴질랜드(2.3%) 일본(2.9%)과 함께 세계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빚이 많은 가정이 늘어난 데다 금리가 낮아 돈 있는 사람도 저축을 꺼리기 때문이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등 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다.

위기감을 느낀 금융권이 저축 캠페인에 나선다는 소식이 들린다. 금융권이 공동으로 저축 캠페인을 벌이는 것은 1980년대 이후 30여 년 만이다. 은행연합회 등은 8, 9일 서울역과 강남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서 저축상품 안내문을 나눠주고 은행이나 보험회사 창구에서 지속적으로 상품 홍보를 할 계획이다. 18년 만에 부활하는 재형저축, 세금우대저축,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등 다양한 상품이 마련됐다. 역대 저축왕들은 돈을 쓰기 전에 저축부터 하고, 수입의 7080%를 저축하며, 기부까지 하는 공통점이 있다. 이번 기회에 저축통장 하나씩 만드는 것도 100세 시대를 살아가는 좋은 대비책이 될 듯하다.

신 연 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