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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다단계 경선

Posted July. 21, 201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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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통령선거 후보자 경선에 나선 주자 5명이 오늘부터 30일간 선거운동을 시작한다. 총 20만1320명의 국민참여경선인단 투표와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는 8월 20일이면 국민은 집권 여당의 대선 후보자를 알 수 있다. 하지만 상대가 될 야권 후보가 언제 나올지는 깜깜하다. 민주통합당은 후보 단일화에 목을 매 당내 후보를 정하고도 또 단일화 과정을 거치는 다단계 경선을 치른다.

먼저 예비경선(29, 30일)이 있다. 후보자 7명 중 여기서 통과한 5명이 전국 13개 권역을 돌며 본경선(8월 25일9월 16일)을 벌인다. 여기서 과반 득표자가 안 나오면 1, 2위 득표자를 놓고 후보자를 확정짓는 결선투표(9월 23일)를 해야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석기 김재연 의원의 부정경선이 불거지면서 다소 주춤했던 야권 연대는 강기갑 의원이 당대표로 선출되며 다시 복원될 조짐이다. 통합진보당이 낸 대선 후보자와 그제 책 출간을 통해 사실상 출마 의사를 밝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최종 단일화가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다.

다단계 경선은 국민의 이목을 집중시켜 흥행을 극대화한다는 이점이 있다. 고만고만한 주자들이 뛰는 당으로선 애착이 가는 이벤트일 것이다. 그러나 당원과 국민 구분 없이 1인 1표를 주기로 한 완전국민경선이어서 지역별로 동원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돈봉투 돌리기나 모바일 대리투표 같은 부정이 생기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치열한 경선을 통해 민주당 후보가 확정된다고 해도 안 원장과 또 단일화를 해야 하는 임시후보일 뿐이다. 경선 후보자들의 돈도 많이 들 것이고, 세금으로 지원되는 국고보조금도 쓰일 것이다.

야권 후보 결정이 늦을수록 검증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여야 간 인물과 비전 경쟁이 아니라 인기투표식 대선이 될 공산이 커진다. 안 원장이 바로 이 점을 의식했다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정치에 입문하기도 전에 정치공학 먼저 배웠다면 그동안 안 원장이 풍기던 이미지와는 다르다. 오죽하면 민주당 박용진 대변인이 야당이 부족해 어쩔 수 없이 나설 수밖에 없다는 소극적인 태도는 버리라고 말했겠나. 다단계 경선이라도 잘해서 안철수를 이길 후보를 만들어내야 민주당 체면이 그나마 살 것인가.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