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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산농 밑져두 어뜩해유 도축업자 깡마른 소뿐 허탕 (일)

축산농 밑져두 어뜩해유 도축업자 깡마른 소뿐 허탕 (일)

Posted January. 06, 2012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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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같아선 키우는 소들 사료 값도 못 댕게 그 돈이라도 벌어 볼라고 송아지 세 마리 데리고 나왔시유. 밑져두 어뜩해유. 당장 돈이 없는데 팔아야지유. 소 값, 사료 값 이런 식으로 1년만 더 가믄 도산할 사람들 한 둘 아니어유.

5일 오전 5시, 충남 논산시 부적면 덕평리 논산축산업협동조합 소 거래시장 앞. 축산농민 최모 씨는 심란한 표정으로 연방 담배를 피며 소 시장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충남 부여에서 소 30여 마리를 키우는 그는 폭등한 사료 값을 감당하지 못해 키우던 송아지를 데리고 나왔다. 그는 한 달 소 사료비가 마리당 15만 원씩 총 400만 원이 넘는다며 오늘 송아지를 다 못 팔면 그 돈을 어떻게 댈지 걱정이라고 한숨을 쉬었다.

캄캄한 새벽 소시장, 캄캄한 축산농 미래

이날 논산 소 시장 앞에는 오전 4시부터 최 씨처럼 소를 팔러 모여든 축산농가들의 차량이 속속 모여들었다. 영하 10도의 추위와 칠흑 같은 어둠을 뚫고 온 70여 대의 트럭에는 대부분 큰 소 또는 송아지가 1, 2마리씩 실려 있었다. 상당수는 전체 소 사육규모가 채 10마리가 안 되는 영세농들이었다.

도축업자나 소를 100마리, 200마리씩 키우는 축산 전업농들은 빈 차량을 끌고 하나둘 모여들었다. 도축업자들은 무게가 600700kg에 이르는 큰 소들을, 축산전업농들은 송아지를 사러 왔다고 했다.

경기 의정부에서 축산업을 하는 주창길 씨도 이날 소를 사러 논산에 왔다. 그는 요새 소가 애물단지라고 해도 밑지든 남든 할 줄 아는 게 이것뿐이라 소를 사러 왔다며 이렇게 말했다. 혹시 압니까? 지금 산 송아지를 키워서 내다 팔 2년 뒤쯤엔 소 값이 폭등할 수도 있잖아요. 요새 송아지 값이 싸니까 일단 사두자는 마음인데. 일종의 도박이죠.

300만 원짜리 송아지 2년 키워 360만 원에 팔아

오전 6시. 드디어 소 시장의 문이 열렸다. 한우 송아지 65마리, 한우 130여 마리가 매물로 나왔다. 송아지는 보통 마리당 120만 원 선에서 흥정이 이뤄졌는데 이날은 60만 원짜리도 있었다. 2년 전 한우 송아지 한 마리 값이 250만300만 원 선이었던 데 비하면 값이 최고 5분의 1까지 떨어진 것이다.

도축용 큰 한우들도 전보다 훨씬 떨어진 300만 원 안팎에 거래됐다. 730kg짜리 한우를 360만 원에 판 임성묵 씨는 2010년 306만 원 주고 산 송아지를 2년 동안 키워 360만 원 받았다며 그동안 사료 값만 200만 원 넘게 들었으니 150만 원을 손해 본 셈이라고 말했다. 임 씨는 그나마 지난달에는 더 헐값이었는데 오늘은 명절을 앞두고 있어 좋은 값을 받은 편이라고 씁쓸히 웃었다.

임진택 논산 축협 계장은 2, 3년 전만 해도 소 사료 한 포대 값이 4000원대였는데 지금은 1만2000원을 호가한다며 그렇다보니 갈수록 쌓이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밑지고라도 소를 팔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이날 장에 모인 100여 명의 인파 중 3분의 2는 소를 팔러 온 사람들이었다.

30%는 거래 불발, 날로 위축되는 축산시장

하지만 이날 매물로 나온 소의 30%가량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결국 다시 돌아가야 했다. 도축업을 하는 임성천 씨는 비싼 사료 값 때문에 제대로 못 먹여 부실한 소가 많다며 도축업자들은 좀 비싸도 상태가 좋은 소를 선호하는데 영세농이 많다보니 장에 나온 소들의 태반이 살 수 없는 소라고 했다. 실제 이날 장을 찾은 도축업자 상당수가 허탕을 치고 빈손으로 떠났다.

치솟는 사료 값에 허기진 소, 견디기 힘든 축산농가, 마땅한 소를 찾을 수 없는 도축업자. 자연히 소 시장도 날로 위축되고 있다. 논산 소 시장은 원래 오전 5시에 열렸지만 작년 12월부터는 개장시간을 오전 6시로 늦췄다. 다음 달부터는 1주일에 두 번 월, 목요일에 열던 장을 38장(5일장)으로 바꿀 예정이다. 소도, 사람도 2년 전에 비해 3분의 1로 줄었기 때문이다.

한우를 지키는 것은 농촌을 지키는 것이다. 시장 입구에 붙은 표어가 무색한 2012년 새벽 소 시장의 모습이었다.



임우선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