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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의 땀과 눈물 박물관으로 길이 남는다

파독 광부의 땀과 눈물 박물관으로 길이 남는다

Posted November. 24, 2011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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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주먹 하나로 이 땅에 날아온 지 벌써 반세기가 됐습니다. 이제 독일에 있는 광산마저 다 폐광되면 우리가 어떤 곳에서 어떻게 일해 돈을 벌어 가족과 조국을 살리려고 했는지 후손들이 전혀 알 수 없게 될 것 같아 작지만 기념물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파독 한인 광원들의 모임인 재독한인글뤽아우프회가 26일 독일 에센에서 광산박물관을 개관한다. 2009년 문을 연 광부기념회관 옆의 72m(약 21평) 규모 땅에 광산의 갱도와 작업 환경을 실물로 재현한 것이다. 글뤽아우프(Gluck auf)는 위험한 갱도로 내려가는 광원들이 서로 격려하면서 주고받는 행운을 빕니다라는 뜻의 독일 인사말이다.

고창원 글뤽아우프회 회장(57)은 23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1963년부터 독일에 7983명의 광원이 왔는데 현재 1250명이 남아 있다. 우리의 과거 모습도 많이 잊혀졌고 자식들도 할아버지가 어떻게 생활했는지 잘 모른다며 건물이 완공되면 많은 교포 2, 3세가 찾아와 보고 느끼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물관 공사는 4개월 전부터 고령의 글뤽아우프회 회원들이 직접 삽을 들고 시멘트를 바르며 해왔다. 인건비가 너무 비싸 직접 나선 것이다. 공사비는 모두 2만5000유로(약 3850만 원)가 들었는데 박종범 유럽한인총연합회장이 1만5000유로를, 김계수 재독한인체육회장이 3000유로를 쾌척했고 나머지 비용은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았다.

약 6m 높이의 갱도와 8m의 철로, 탄광 지하막장을 오가며 석탄과 사람을 실어 나르는 광차와 인차 2대 등이 실물로 설치됐다. 작업복과 곡괭이, 삽, 수레 등도 함께 전시된다. 모두 실제 100년 이상 된 것이다. 시설과 기자재는 글뤽아우프회의 박물관 건설 취지를 전해들은 독일 루우르코흘레 광산회사에서 무상으로 기증했다.

4개월 동안 매일 1015명의 회원이 비지땀을 흘렸는데 나이도 나이인 데다 설치하는 기자재들이 모두 중장비로 무게가 보통이 아니어서 힘들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서로 격려하면서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광산박물관은 광부기념회관에 이어 파독 광원 출신 교포의 땀, 눈물, 자부심을 새긴 기념물이 될 것 같다. 대지 3190m, 건평 754m로 250여 명 수용 규모인 광부기념회관은 광원 파독 46년 만인 2009년 12월 19일 개관했다. 독일 정부가 적립했다 수령자를 못 찾아 지급하지 못한 17억 원과 정부 예산 3억 원을 합친 20억 원이 종잣돈이 됐다. 26일 박물관 개관식에는 독일 전역에 있는 파독 광원 출신 교민과 가족, 에센 시장 등이 참석한다.



이종훈 taylor5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