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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중-러 양다리 걸치기 (일)

Posted August. 27, 201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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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귀국길에 오른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6일 중국에서 산업시찰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열차의 이동거리를 줄이기 위해 중국을 단순 경유할 것이라던 당초 추측과는 다른 움직임이다. 김 위원장이 중국과 러시아 양국을 한꺼번에 공식 방문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빡빡하게 이어진 중국 일정

이날 김 위원장은 헤이룽장() 성 치치하얼()에서 산업시설을 시찰한 뒤 승용차 편으로 중국 최대 유전지대인 다칭()으로 향했다.

치치하얼 현지 소식통은 오전 9시를 조금 넘어 김 위원장이 도착한 뒤 제2기계공장과 관광지인 밍웨다오()를 둘러본 것으로 안다며 김 위원장은 영빈관인 션허()호텔에서 중국 지도자들과 오찬을 함께했다고 전했다.

이날 오찬은 왕자루이()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과 함께했을 가능성이 크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전날 오후 6시경 러시아에서 입국할 때 왕 부장 등이 영접했고 치치하얼로 오는 도중 후룬베이얼()에서 후춘화() 네이멍구 당서기 주최의 환영 만찬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치치하얼에서 시진핑() 국가부주석이 김 위원장과 함께 산업시찰을 했다는 설도 나왔으나 확인되지는 않았다.

김 위원장은 오찬 뒤 승용차로 동쪽으로 약 130km 떨어진 다칭 방향으로 향했다. 다칭은 중국 최대 유전지대가 있는 중화학공업지대로 북한은 이곳에서 송유관을 통해 석유를 공급받는다.

김 위원장의 이후 일정은 분명하지 않다. 김 위원장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 27일 다칭에서 특별열차로 약 4시간 거리에 있는 창춘()에서 후진타오()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바 있어 주목된다.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는 김 위원장과 후 주석이 다시 창춘에 온다는 이야기가 올라왔으나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곧장 창춘단둥() 또는 지린()퉁화()지안()을 거쳐 귀국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 사이의 줄타기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의 러시아 중국 동시 방문을 주목하고 있다. 이기현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북한이 내년 강성대국을 앞두고 원조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기 위해 양다리를 걸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중-러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으려는 균형 맞추기 차원에서 짜인 일정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북한이 양국 모두에 존재감을 과시하며 대북 지원을 압박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의 건강이 나빠져 러시아 일정을 예정보다 많이 축소했고, 이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중국을 경유하는 귀국길에 형식적인 시찰 일정을 급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한편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방중 직후 곧바로 방중 사실을 보도하면서 동북지방을 경유 겸 순방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거 김 위원장의 방중 때는 관련 내용을 언급하지 않다가 귀국 전후에 보도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헌진 이정은 mungchii@donga.com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