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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김정일 중국 남순의 슬픈 후진성

Posted May. 24, 2011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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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사흘 동안 3000km를 특별열차로 이동했다. 비행기를 타면 하루 만에 갈 거리를 사흘이나 걸려 이동하고 모든 일정을 비밀에 부치는 시대착오적 행태가 계속됐다. 김정일은 고소공포증 때문에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지도자 가운데 유례를 찾기 어려운 김정일의 비정상적, 비현실적 행보 자체가 북한의 엄연한 현실이다. 북한에서 김정일 같은 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한 북한에 어떤 희망을 걸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김정일의 중국 방문 목적과 관련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그제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의 발전 상황을 이해하고 이를 자신들(북한)의 발전에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주기 위해 초청했다고 밝혔다. 김정일이 중국의 민생 경제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은 개혁 개방 정책을 수용해 북한을 변화시키기를 바란다는 뜻일 것이다.

김정일은 10년 전인 2001년 1월에도 중국식 자본주의의 메카인 상하이의 푸동 지구를 둘러본 뒤 천지개벽이라며 감탄했다. 그의 행로는 덩샤오핑이 1992년 상하이 우한 허페이 광저우 등 중국 남부 거점도시를 순회하면서 개혁 개방 로드 맵을 제시한 남순() 강화를 흉내 낸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당시 북한 관영 매체들은 김정일이 귀국한 뒤 상하이가 천지개벽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정일이 수행원들에게 도대체 그동안 무얼 했느냐고 질책했다는 말도 흘러나와 북한이 개혁 개방으로 나갈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도 북한판 바꿔 바꿔가 세차게 몰아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에 대한 기대는 오늘날 북한 주민의 비참한 현실이 말해주듯 큰 실망으로 끝났다.

북한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의 10년에 걸친 햇볕정책에도 불구하고 개혁 개방 대신 핵무기 개발을 계속했고 무력도발까지 자행했다. 그 결과 북한 주민은 기아에 허덕이고 배고픔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목숨을 건 탈북을 감행하고 있다. 김정일은 1983년 6월 단독 방문 이후 모두 8차례에 걸쳐 중국을 방문했다. 그가 중국의 개혁 개방이 현재의 중국 경제를 일군 성과와 세계의 현실을 모를 리 없다. 그가 개혁 개방을 거부해온 것은 3대 세습을 통해 자신의 독재 체제를 유지하려는 목표에 방해가 된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북아프리카와 중동의 민주화는 변화를 거부하는 김정일 정권에 미래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