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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부모는 가족이 아니다?

Posted January. 25, 2011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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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의 작품 가족의 탄생은 가족이 과연 무엇인가를 묻는 영화였다. 미라(문소리) 앞에 남동생(엄태웅)이 20년 연상의 애인(고두심)을 데리고 5년 만에 나타났다가 혼자 사라진다. 누나가 남동생의 연상 애인과 함께 기거하는 어색한 관계이지만 이들은 서로를 보듬어 나간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을 이루는 것은 혈연이 아니라 이해와 사랑임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읽혔다. 하지만 여성가족부가 지난해 2500가구를 대상으로 2차 조사한 가족실태를 보면 이 영화 내용은 그저 판타지였다.

조사 결과 가족이라고 인식하는 범위가 5년 전에 비해 많이 좁아졌다. 배우자와 자녀를 가족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2005년 1차 조사 때 98.4%, 98.7%에서 81.1%(배우자), 84.5%(자녀)로 낮아졌다. 가장 큰 변화는 부모를 가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늘었다는 점이다. 부모는 가족이라는 응답은 92.8%에서 77.6%로, 배우자의 부모는 가족이라는 응답은 79.2%에서 50.5%로 급감했다. 형제자매, 배우자의 형제자매(처제 등)를 가족으로 보지 않는다는 응답이 급증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지금의 중장년 세대가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 부양을 받지 못하는 첫 세대라는 얘기는 현실로 확인됐다. 현재의 배우자와 다시 결혼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하고 싶다는 응답은 41%에 그쳤지만 노후에 누구와 지내고 싶은가라는 물음에는 배우자와 단 둘이가 72.7%나 됐다. 맏아들이나 형편 되는 자식이라는 응답은 각각 4% 미만이었다. 자식과의 결속감은 약화되고, 믿을 건 배우자뿐이라는 생각이 강해졌다.

노후를 자식에게 기대지 않겠다고 하면서도 절반이상(57.7%)이 노후를 위한 경제적 준비를 하지 못했다는 점은 문제다. 자식이 떠난 빈자리는 누가 메워야 하나.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노부모의 생계를 정부와 사회도 함께 책임져야 한다는 의견이 51%나 됐다. 노인부양 부담이 커지는 고령화 사회의 국가사회적 과제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부모가 가족에서 급격히 떨어져나는 세상이라 부모도 자식에 다걸기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노후를 대비할 수밖에 없겠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