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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씨 알지만 단둘이 밥먹은 적도 없다 (일)

곽씨 알지만 단둘이 밥먹은 적도 없다 (일)

Posted December. 25, 20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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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인사 청탁 사건에 대해 언급을 삼갔던 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4일 말문을 열었다. 그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넨 것으로 검찰이 파악하고 있는 곽 전 사장의 로비에 연루된 의혹을 받고 있다.

정 대표는 이날 당 의원총회에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내년) 지방선거에 자신이 없는 한나라당이 자신들의 비리(공성진 현경병 의원의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를 덮기 위해 (검찰을 동원해) 한 전 총리 일을 만들고 그러다 저까지 끌어들여 야당 죽이기 공작을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곽 전 사장과 한 전 총리 간의 회식 자리에 자신이 동석했다는 사실이 보도된 21일 직후 적극 나서서 대응하지 않았던 이유도 설명했다. 한 전 총리가 묵비권을 행사하는 상황을 감안해 자신도 이렇다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한 전 총리에 대한 기소가 이뤄졌고 최근 일부 보도가 당을 흠집 내고, 당 대표인 저 개인에게도 터무니없는 날조와 명예훼손 등의 사태가 일어나고 있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어떠한 일도 불법적이거나 잘못된 일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린다. 혹시나 하는 의구심을 완전히 떨쳐버려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고도 했다.

정 대표는 이날 오찬 간담회에서도 곽 전 사장을 알지만 개인적으로 친한 사이도 아니며 단둘이 밥을 먹은 적도 한 번도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자신이 2006년 말 산업자원부 장관 재임 때 산자부 제2차관에게 곽 전 사장을 대한석탄공사 사장으로 검토해보라고 지시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당시 곽 전 사장은 능력 있는 경영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이었다고 했다.

정 대표가 침묵을 깨고 강경대응 방침으로 선회한 데는 의혹이 증폭될 경우 자칫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과 자신이 정치적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당 핵심 관계자는 무대응으로 나갈 경우 의구심이 커질 수 있다는 의견에 따라 적극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당장 이번 사건으로 예산안 투쟁의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왔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정 대표 개인이 아닌 야당에 대한 정치공작으로 규정하고 이명박 대통령까지 겨냥하고 있다. 예산안 처리가 끝나면 곧바로 지방선거 모드로 돌입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야당 탄압 쟁점화를 통해 오히려 선거 국면을 유리하게 이끌 재료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도 깔려 있다.

우상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민주당은 야당을 표적으로 한 정치공작과 수사에 엄중히 대응해나가겠다며 야당에 대해 엄정히 수사하라고 한 이 대통령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전날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검찰이 걸핏하면 정치 수사라고 비난받는가 하면 수사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그래도 흔들림 없이 철저하게 수사에 임해 달라고 말한 것을 문제 삼은 것.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청와대와 법무부를 찾아가 이 대통령과 이귀남 법무부 장관에게 보내는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황장석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