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오래사니딸도만나고

Posted September. 30, 2009 07:08,   

日本語

남북 이산가족 상봉 2차 행사가 시작된 29일 금강산면회소는 또 한번 눈물바다를 이뤘다. 상봉을 희망한 북측 가족 99명과 이들의 남측 가족 432명은 얼싸안고 눈물을 흘리면서 헤어져 산 세월을 한탄했다.

이번 상봉행사 참가자 중 최고령인 김유중 씨(100)는 꿈에 그리던 북측의 셋째 딸 이혜경 씨(75)를 만났다. 경기여고 1학년이던 앳된 딸은 625전쟁 중 실종된 지 58년 만에 반백의 할머니가 돼 나타났지만 김 씨는 단번에 딸의 얼굴을 알아봤다. 김 씨는 다리가 불편해 휠체어에서 일어나지 못했지만 동행한 4남매가 벌떡 일어섰다. 상봉 전부터 울어 눈이 벌겋게 충혈된 넷째 딸 희경 씨(72)가 언니, 언니!라고 외치자 혜경 씨는 희경아, 나 언니야!라며 달려왔다.

혜경 씨는 상봉 테이블에 도착하자마다 무릎을 꿇고 어머니 김 씨 품에 안겼고 자매들과 부둥켜안은 채 한참을 울었다. 혜경 씨가 엄마 건강하세요? 내말 들려요?라고 말했지만 김 씨는 말없이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혜경 씨가 엄마 울지 마세요라며 분홍색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줬다. 가까스로 울음을 그친 김 씨는 말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 오래 사니 딸도 만나고라고 나지막이 말했다.

국군포로는 아니지만 625전쟁 당시 국군으로 싸우다 북측에 넘어간 상봉자들의 사연도 눈길을 끌었다. 1951년 14후퇴 당시 아버지 대신 국군에 입대했다가 실종됐던 북측 이윤영 씨(74)는 58년 만에 남측의 남동생 찬영(71), 진영 씨(65)를 만났다. 찬영 씨는 이 세상에 없을 줄 알았던 형님이 건강하게 살아있어 너무 고맙다며 흐느꼈다. 윤영 씨는 북에 오게 된 경위는 자세하게 말하지 않은 채 열심히 일해 국가의 인정을 받았다며 손수건에 싸 온 훈장 11개를 동생들에게 내보였다. 윤영 씨는 7남매에 손자 11명을 뒀다며 행복한 우리 가정이라는 글씨가 쓰인 사진도 보여줬다.

역시 625 당시 국군이던 북측 석영순 씨(78)도 남측에서 온 동생 태순(74), 창순 씨(65)와 삼촌 호근 씨(83)를 만났다. 그는 울먹이는 삼촌에게 큰 절을 올리며 옛 얼굴이 남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영순 씨는 1950년 8월 고향인 대구에서 동네 청년 10여 명과 함께 징집됐다. 가족들은 다음 해 전사통지서를 받았다. 그러다 2007년 영순 씨가 생존해 남측 가족들을 찾고 있다는 사실을 전달받았다. 남측 가족들이 자신의 제사를 지냈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영순 씨는 살아있는 사람의 제사를 지내면 되느냐고 말하며 웃었다. 그는 북측에서 결혼해 아들 둘과 손자 셋을 뒀다.



신석호 윤완준 kyle@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