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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 로스제네여 단결하라

Posted May. 23, 2008 03:48,   

日本語

일을 해도 해도 생활은 나아지지 않는다. 가만히 내 손을 바라본다.

26세로 요절한 일본의 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가 1910년에 낸 시집에 나오는 이 구절은 요즘 일본 워킹 푸어(일하는 빈곤층)의 현실을 가리킬 때 자주 인용된다. 시인은 신문사 교열직으로 밤낮없이 일했지만 늘 가난에 시달렸다.

영원한 열외, 로스트 제너레이션

일본에서는 20대 중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를 잃어버린 세대를 뜻하는 로스제네(로스트 제너레이션을 줄인 말)라 부른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로스제네는 약 2000만 명 규모로 이둘 중 4분의 1이 비정규직으로 추산된다. 1990년대 초 버블 붕괴 후 닥쳐온 취직 빙하기(19942005년)를 맞아 이 세대의 상당수가 정규직을 얻지 못한 것이다.

시간제 아르바이트로 연명하는 프리터, 일용 파견 노동자, 월 수백 시간의 수당 없는 노동을 강요당하는 무늬만 관리직들이 로스제네에 속한다. 이들은 국민연금이나 건강보험 등 사회복지제도의 틀에서 벗어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들의 평균 생애임금이 정규직의 5분의 1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게 잡이 어부들이 부럽다

최근 일본에서는 가니고센(게 가공 어선)이라는 1920년대 프롤레타리아 문학작품이 로스제네의 폭발적인 호응에 힘입어 때 아닌 인기를 얻고 있다. 노동자들이 혹한의 대양에서 게 잡이나 가공 작업에 강제로 투입된다는 줄거리가 파견 회사의 전화 한 통에 불려나가 일용직으로 일하는 로스제네와 꼭 닮았기 때문이라는 것.

로스제네 사이에서는 가니고센에서는 선원들이 단결해 폭력적인 감독에게 대항했지만 우리는 누가 적인지조차 분명치 않다는 한탄마저 나온다.

수십 년간 매년 2000부씩 이 책의 문고판을 찍어온 신초()사는 올해 7000부를 찍었으나 모자라 5만 부를 추가로 찍었다.

로스제네의 세력화 움직임도 감지된다. 올해 4월 27일부터 이달 18일까지 약 1개월간 젊은이들의 노동절 행사가 일본 전역에서 펼쳐졌다. 도쿄에서 이달 3일 열린 대회에서는 우리는 소모품이 아니다 로스제네에 고용을!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들이 선보였다.

일본 대국화 등으로 연결될 수도

이달 말에는 초좌익 매거진 로스제네가 간행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공산당 선언을 패러디한 로스제네 선언이 실릴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은 소개했다.

한 무리의 유령이, 로스트 제너레이션이란 이름의 유령이 일본을 배회하고 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존재로서 매일 일하고 살고 죽어간다. 그 수 2000만. 전국의 로스제네여, 지금이야말로 단결하라.

불평등사회 일본의 저자 사토 도시키() 도쿄대 교수는 과도한 시장주의와 자기책임론에 대한 반발이 일본에서 붕괴됐던 좌익을 부활시켰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그는 현재의 좌익은 관념적이란 점에서 버추얼(가상) 좌익이라 불러야 한다며 그만큼 자칫 우로 뒤집어질 위험이 있고 이런 흐름이 일본의 대국화 등 잘못된 길로 연결되면 폭주하기도 쉽다고 경계했다.



서영아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