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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뚝 문신에 혼을 담고

Posted February. 02, 200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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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KT&G의 특급 용병 마퀸 챈들러(28)는 두 팔을 마치 도화지로 여기는 듯하다. 어지러울 만큼 요란한 문신을 13개나 새겼기 때문.

오른팔 안쪽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누나의 이름 약자인 TAS와 두 딸의 것인 ANA와 TI가 있다. 그 밑에는 지구본을 그려 넣었는데 딸들이 내 세상에 있다는 뜻이란다. 오른팔 바깥쪽에는 아내의 이름 약자인 ABI와 웰컴 투 오클랜드라고 적었는데 오클랜드는 그의 고향. 왼팔에는 십자가를 짊어진 하나님 그림과 세네갈(조부모 고향) 등의 글자가 빼곡히 새겨져 있다. 문신의 의미만 파악하면 대충 그의 프로필을 알 만하다.

올 시즌 프로농구 코트에는 개성이 강한 문신을 한 외국인 선수가 유난히 많다.

득점 선두(평균 27.7득점)를 달리는 전자랜드 테렌스 섀넌(29)은 목덜미 오른쪽에 한자로 (부모)라고 문신을 했다. 2003년 초 시카고에서 어머니에 대한 남 다른 생각에 자를 먼저 새긴 뒤 그해 연말 필리핀에서 네 아이의 아버지로서 역할을 잘해야 한다는 다짐으로 를 채워 넣었다.

외국인에게는 특이하고 신비롭게 보인다는 한자 문신이 유행이다. 리바운드 선두(12개)를 달리며 동부의 1위 질주를 이끌고 있는 레지 오코사는 오른팔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 , , (모, 복, 애, 생활)을 차례로 새겼다. KTF 칼 미첼은 특이하게 손등에 문신을 했다. 왼쪽에 (도), 오른쪽에 (신)이 쓰여 져 있다.

미국프로농구에서는 마커스 캠비(덴버)가 오른팔에 새긴 (면족)이 유명한데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 뜻이다. 앨런 아이버슨(필라델피아)은 팔다리, 목, 몸통에 온통 형형색색의 문신을 해 타투(Tatto문신)의 대명사로 불린다.

문신을 금기로 여겨 목욕탕 출입까지 금지하는 국내에서는 김승현(오리온스)이 선구자로 불린다. 4년 전 국내 농구선수로는 처음으로 오른팔에 불타는 농구공을 그린 뒤 이듬해에는 기존 문신에 용을 추가했다.

지난해에는 고대 신화에 나오는 반인반마의 케이론 문신을 했는데 말띠인 데다 자신의 별자리(궁수자리)를 형상화하고 있다고.

반면 가톨릭 신자인 모비스 키나 영과 한국계 혼혈 에릭 산드린, KCC 브랜드 크럼프와 제이슨 로빈슨은 문신이 전혀 없다.

종교적 이유가 있거나 굳이 문신할 필요를 못 느낀다는 이유에서인데 산드린은 아마 했으면 엄마(한국인)에게 혼났을 것이라며 웃었다.



김종석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