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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교수정년보장 첫 심사 신청 30여 명 중 절반 탈락

KAIST 교수정년보장 첫 심사 신청 30여 명 중 절반 탈락

Posted September. 28, 2007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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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이 넘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교수들이 정년이 보장되는 테뉴어(tenure) 교수 심사에서 한꺼번에 탈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에 탈락한 교수들은 1, 2년 정도 남은 계약기간 중 획기적인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이 대학에서 떠나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최고 수준의 이공계 대학인 KAIST 교수들이 이처럼 동시에 퇴출 위기를 맞음에 따라 교수 사회에 큰 파문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 평생직장처럼 여겨 온 교수직에 대한 인식 변화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27일 KAIST에 따르면 이달 초 열린 테뉴어 심사에서 신청 교수 30여 명 중 절반 가까이가 탈락했다.

테뉴어 심사란 교수로 임용된 뒤 일정 기간이 지나 연구 성과 등을 심사해 통과한 교수에게는 정년을 보장해 주지만 탈락하면 퇴출시키는 제도다.

이번에 다수의 탈락자가 발생한 이유는 지난해 7월 취임한 서남표 총장이 올해부터 테뉴어 심사를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KAIST는 1971년 개교 이후 테뉴어 제도를 시행해 왔지만 이 제도를 통해 퇴출된 교수는 이전까지 한 명도 없었다.

이번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들은 3년의 계약기간 중 남은 기간에 심사를 다시 신청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단계적으로 퇴출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KAIST 측은 테뉴어 심사를 신청했다 탈락한 교수 중 연구 성과가 나쁜 교수는 계약기간이 끝나면 더는 연장 계약을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연구 성과가 중간 수준인 교수들도 계약기간을 2년 또는 1년으로 줄인다는 방침이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이 대학의 교수 사회는 큰 충격을 받았다.

학과장을 맡고 있는 한 교수는 서 총장이 테뉴어 심사가 결코 간단치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기 때문에 통과할 자신이 있는 교수들이 주로 지원했고 학과장, 학장들도 될 만한 사람만 엄선해 심사를 신청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왔다면서 대부분의 교수들이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테뉴어 교수 최종 심사를 맡았던 이 대학의 인사위원회에서는 이런 악역을 도저히 못 맡겠다며 위원회에서 탈퇴하려는 교수까지 나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심사에서는 50대 교수들이 다수 탈락했다.

반면 다른 대학에서 최근 이 대학으로 옮긴 30, 40대 교수 몇 명은 높은 연구 성과를 인정받아 신규 임용과 동시에 테뉴어 심사를 통과해 정년이 보장됐다.

이 대학 고위 관계자는 이번 심사는 나이 서열 호봉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실적과 성과만으로 이뤄졌다면서 테뉴어 심사 제도가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지적이 있는 것은 알지만 KAIST가 살아남고, 대한민국이 살아남기 위해 이런 개혁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