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시민단체 간부, 기업협박 돈뜯어

Posted May. 24, 2006 03:02,   

日本語

시민단체 간부가 방송사 기자와의 친분을 과시하며 기업을 협박한 뒤 금품을 뜯어냈다가 덜미를 잡혔다.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부장 박충근)는 교통시민연합 소장과 시민연대21 사무총장을 지낸 박모(50) 씨를 공갈 혐의 등으로 23일 구속 기소했다.

박 씨는 교통시민연합 소장이던 2001년 10월 W사 관계자들에게 서울지하철공사와 맺은 수십억 원대 납품 계약에 비리가 있다고 방송사에 제보하겠다고 협박해 300만 원대의 술값과 5000만 원을 뜯어낸 혐의다.

서울지하철공사와 W사 간의 납품 계약은 적법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검찰은 전했다.

박 씨는 시민연대21 사무총장을 맡던 2004년 8월 P식품업체 간부에게 유기농산물을 쓴다는 광고와 달리 농약이 들어간 중국산 콩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MBC 기자와 취재했다고 말한 뒤 강남 고급 주점으로 불러내 술값 220만 원을 대신 내게 했다.

이 자리에는 KBS와 MBC 기자 2명이 참석했다. 박 씨는 P사 관계자들에게 이들 기자와의 친분을 과시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씨는 또 같은 해 9월 대형 유기농 식품업체에서 제조 판매하는 유기농 식품 조사 분석에 필요한 비용 명목으로 P사에 두 차례에 걸쳐 6억5000만 원을 협찬해 달라고 요구했다.

P사가 공식적으로 계약할 것을 요구하자 박 씨는 이를 거절했다. 같은 해 10월 25일 KBS는 박 씨가 거론했던 P사 관련 의혹을 보도했다.

P사의 한 전직 임원은 일부 업체는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중에 밝혀져도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박 씨의 요구에 응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한편 박 씨와 술자리에 동석했던 MBC 기자는 안면이 있던 박 씨가 만나자고 연락해 자리에 참석했을 뿐 누가 오는지, 어떤 모임인지 전혀 몰랐다며 동석한 P사 간부와 인사를 나눈 뒤 곧 자리를 떴다고 해명했다.

또 2004년 10월 25일 KBS 뉴스9에서 P사가 제조한 녹즙이 농약을 친 유기농산물을 원료로 삼았다고 보도한 KBS 기자는 박 씨가 제보를 해 취재를 시작했다며 제보를 받기 전에는 박 씨를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당시 KBS는 26, 28일 후속보도를 했지만 P사가 언론중재를 신청해 그해 11월 5일 P사의 해명을 담은 반론보도를 내보냈다.



조용우 서정보 woogija@donga.com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