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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배기 주꾸미의 유혹

Posted March. 30, 2006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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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문어 낙지 주꾸미. 공통점이 있다. 다리가 머리에 붙어 있고 몸통이 머리 위에 있는 독특한 신체 구조로 두족강()으로 분류된다. 다른 점도 있다. 다리의 개수다. 오징어는 열 개, 나머지는 여덟 개다. 갑오징어 꼴뚜기는 오징어처럼 열 개.

다리 여덟 개의 팔완목()에 속하는 문어 낙지 주꾸미. 크기만 다를 뿐 모습은 비슷하다. 그러나 다리의 힘에서 이들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낙지 문어는 물 밖에 나오면 몸통을 가누지 못해 흐느적거릴 뿐이다. 주꾸미는 다르다. 물 밖에 던져 놓으면 벌떡 일어서기도 한다. 물론 이내 쓰러지고 말지만. 여덟 개의 숏다리에 힘을 주고 몸통을 곧추세우는 당돌한 주꾸미. 그제야 알았다. 갯가 사람들이 봄 주꾸미를 왜 그리 즐기는지.

파도와 바람에 실려온 봄의 훈기가 마량포구 동백나무 숲의 빨간 동백꽃을 간질이는 이즈음. 홍원항(충남 서천군 서면) 어민은 바빠진다. 여린 쑥처럼 봄바다에서 나기 시작한 힘 좋은 주꾸미 덕분이다.

봄이면 서해 어디서나 나는 주꾸미. 그런데도 서천사람들은 서면 주꾸미를 최고로 친다. 바다와 개펄이 살아있기 때문이지요. 잡히기도 많이 잡히고 맛도 최고고.

주꾸미 잡이 어민 김인환 씨 말이다. 그래서 매년 이맘때면 이웃한 마량리 동백 숲 앞에서 동백꽃 주꾸미 축제를 연다. 올해도 25일 개막해 4월 7일까지 열린다.

홍원항내 갯가식당은 주꾸미 일색이다. 수십 척 배가 코앞의 바다에서 봄기운 한껏 머금은 주꾸미를 매일 수백 kg씩 포구에 쏟아낸다. 주꾸미가 쏜 먹물로 온통 검게 변한 수족관, 그 유리에 다닥다닥 붙어 바깥 세상을 구경하는 주꾸미.

주꾸미잡이 배에 올랐다. 10분쯤 달렸을까. 동백정 앞바다에서 엔진을 껐다. 수면에 뜬 부표 수십 개. 그중 하나를 끌어당겼다. 부표에는 빈 고둥껍데기가 줄줄이 매달린 로프가 연결돼 있었다. 그 로프를 윈치로 감아올리면서 주꾸미잡이는 시작된다.

주꾸미는 고둥껍데기 속에 온 몸을 끼어 넣고 숨어 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다리를 뻗어 몸을 빼내는 주꾸미. 순간 갈퀴 끝을 고둥 안에 집어넣어 주꾸미를 낚아챈다. 바닥에 떨어진 주꾸미. 여덟 개 다리에 힘을 모아 벌떡 일어선다.

이런 채취방식을 소라방이라고 부른다. 고둥껍데기는 1m 간격으로 매다는데 그 수가 보통 5000개, 많으면 1만 개. 그러니 로프 길이만 5km, 10km다. 이삼일에 한 번 건지는데 평균 다섯 개에 하나 꼴로 주꾸미가 들어 있다. 주꾸미가 고둥껍데기에 드는 것은 알을 낳기 위해서다. 이즈음 잡히는 주꾸미는 알배기다.

주꾸미 철은 6월 중순까지. 이 시기에 주꾸미만 나는 게 아니다. 홍원항의 식도락 종목은 수시로 바뀐다. 안 나는 게 없으니께유. 어민들의 홍원항 자랑. 귀담아들을 만하다. 5월이면 광어와 도미가 난다. 치어를 풀어 키워 낸 자연산이다. 무게 7kg을 넘기는 대물 광어도 심심찮게 잡힌다고 한다. 5월 말에는 자연산 광어 도미 축제가 열린다.

꽃게가 나는 것도 이즈음이다. 장이 꽉 찬 홍원항 꽃게는 그 맛이 소문났다. 7, 8월 금어기를 지나면 전어 철. 전어축제도 9월 말10월 초 열린다. 이때 전어는 잡히는 대로 탱크차에 실려 부산과 경남 마산 등 남해로 팔려간다.

이렇듯 풍성한 해산물이 쉼 없이 나는 서천군 서면의 바다. 더 놀라운 것은 이곳 청정바다에서 수확하는 김이다. 충남 생산량의 86%, 전국 생산량의 절반을 차지한다(서면개발위원회 자료). 다른 군으로 수출도 할 정도니 앞으로 서천 김을 찾을 일이다.

축제장인 마량리 바닷가의 동백정은 500년생 동백나무가 동산 하나를 덮은 천연기념물 동백나무숲 꼭대기에 있는 정자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낙조 오역도 너머 수평선으로 지는 낙조와 노을 풍광은 서천 동백꽃 주꾸미축제의 백미다.



summ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