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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 테마주 쪽박 유혹

Posted January. 17, 2006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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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들어 증시가 테마주 열풍으로 달아오르고 있다. 첫 거래일인 2일 고속 휴대인터넷(와이브로) 테마가 증시를 이끌더니 지난주에는 대북 송전 관련주 주가가 급등했다. 16일에는 육아 테마주가 일제히 상한가를 쳤다. 테마주란 증시에서 여러 종목을 한 가지 주제로 엮는 것을 말한다. 증권선물거래소가 발표하는 공식 지표가 아니고 루머나 증권전문가의 분석 등 비공식적인 경로로 만들어진다.

광우병 발병으로 쇠고기 수요가 줄면 수산물과 닭고기 제조업체가 광우병 테마로 분류돼 주가가 오르는 식이다.

하지만 지난해 증시를 달궜던 바이오줄기세포 테마주는 최근 황우석() 서울대 석좌교수 파동 이후 폭락해 투자자들이 큰 손해를 입었다. 지난해 주요 테마였던 엔터테인먼트 관련주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무엇보다 엉터리 테마에 편승해 주가를 띄우려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 문제로 꼽힌다.

증시 달구는 테마 열풍

최근 증시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와이브로, 대북 송전, 저출산 육아 등의 테마는 모두 미래가 보장되지 않는 불안한 테마라는 지적이다.

11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는 소식에 일제히 상한가를 친 대북 송전 테마주는 이후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주요 종목 주가는 며칠 사이 10%가량 떨어졌다. 믿고 따라 들어간 투자자는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대북 송전이 시작돼도 관련 기업 실적이 좋아질지는 미지수라며 김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테마 종목이 상한가를 친 것은 투기의 결과라고 분석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 일환으로 2010년까지 19조 원을 투자한다는 발표가 나오자 16일 육아 관련 종목이 테마를 형성하며 급등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오늘 급등한 종목 가운데 상당수는 저출산 대책 수혜주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될 낮은 출산율로 오히려 실적 악화를 우려해야 할 종목이라고 평가했다.

한탕주의와 투기가 원인

증권 전문가들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서 유행했던 테마는 대부분 실패로 끝났다.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 주가가 반짝 오르더라도 실적이 뒷받침되지 못해 결국 주가가 폭락해 버린 경우가 많다.

바이오줄기세포 테마주의 현재 주가는 지난해 11월의 60% 수준. 돈 된다는 말에 혹해 투자했다가 피해를 본 투자자가 부지기수다.

또 다른 부작용은 테마주 주가에 대한 상대적 박탈감으로 건실한 기업의 경영이 흔들리는 점. 실적보다 테마에 편승하는 것이 기업 가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경영자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이 지난해 110월 바이오 분야에 투자한 돈은 모두 1720억 원으로 2004년(15억 원)의 100배를 넘는다. 이름에 바이오라는 글자만 들어가도 주가가 폭등하자 본업과 상관없는 곳에 수억 원씩 투자한 뒤 사명에 바이오를 넣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엔터테인먼트 테마에 편승하기 위해 연예 기획사와 합작하거나 본업을 아예 연예사업으로 바꾼 제조업체들도 있다.

동부증권 장영수() 연구원은 엉터리 테마 때문에 기업 경영에서 한탕주의가 확산되고 증시가 혼탁한 투기판으로 전락하면 경제 전체에 마이너스라고 말했다.



이완배 roryrer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