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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기골프, 도박? 무죄?

Posted February. 20, 200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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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 등은 미리 각자의 핸디캡을 정하고 핸디캡과 실제 타수의 차이에 따라 1타당 일정 금액을 상금으로 거는 속칭 스트로크 방식 등으로 2002년 1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32회에 걸쳐 8억여 원의 골프 도박을 한 혐의로 지난해 기소됐다.

기존 판례와 달라=그동안 법원은 단순 오락의 정도를 넘어선 거액의 내기 골프에 대해 도박죄를 인정해 왔다.

특히 대법원은 2003년 10여 차례에 걸쳐 10억 원대의 내기 골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 사건에서 상습도박죄를 적용해 유죄 판결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의 한 판사는 대법원은 거액의 내기 골프에 대해 일관되게 도박죄를 인정해 왔다고 밝혔다.

문제는 이 판결을 계기로 상급 법원이 판례를 변경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것.

대부분의 판사는 도박죄에 대한 법원 판례와 법학자들의 해석에 비춰볼 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한다.

도박죄의 핵심은 승패의 우연성=형법 246조는 재물로써 도박을 한 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상습도박은 가중 처벌). 여기서의 도박에 대해 판례와 학설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부에 의해 그 재물의 득실()을 결정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따라서 도박죄의 핵심은 승패의 우연성이다. 이 판사도 내기 골프를 무죄로 판단한 가장 중요한 근거로 승패의 우연성이 없다는 것을 들었다. 화투나 카지노 등과 달리 골프는 승패의 전반적인 부분이 경기자의 기능과 기량에 의해 결정되는 운동경기라는 것.

이 판사는 특히 내기 골프가 도박행위라면 프로골프에서 매홀 경기 결과에 따라 상금이 결정되는 스킨스(Skins) 게임도 도박이며 박세리, 박지은 선수가 서로 재물을 걸고 골프 경기를 하는 경우에도 도박죄에 해당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의 판례와 학설은 승패의 결정에 다소라도 우연성이 인정되는 한 당사자의 기능이 승패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도 도박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바둑과 장기, 마작 등의 승패에 재물을 걸고 내기를 하는 경우도 도박죄로 인정한다. 다만 형법 246조 1항 단서 규정에 따라 그 재물의 가치가 작아 일시() 오락에 불과한 때에는 예외로 하고 있을 뿐이다.

한편 독일 등 일부 국가에서는 도박에서 승패를 다투는 방법을 기준으로 도()와 박()을 구별하기도 한다. 씨름, 권투 등을 관람하면서 내기를 하는 것처럼 승패가 내기를 하는 당사자의 기능과 전혀 관계없이 결정되는 경우가 도에 해당하고, 당사자가 직접 화투와 장기, 마작 등을 하는 경우가 박에 해당한다.

독일 형법은 박만을 처벌 대상으로 한다. 내기 골프도 일종의 박이다. 우리 형법은 도와 박을 구별하지 않고 도박을 함께 규정해 같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법리에 비춰 볼 때 거액의 내기 골프에 대해서는 도박죄가 인정될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많다.

이 판사는 지난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1심 판결에서 무죄 판결을 내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이 판결은 상급 법원에서 파기됐다.



이수형 전지원 sooh@donga.com podrag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