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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구타 금메달

Posted November. 11, 2004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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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잡고 막 흔들고 신발로 머리 때리고 주먹으로 머리 때리고 장난도 아니었다. 샤워를 하는데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고 머리가 아파 자지도 못했다. 하루도 매를 맞지 않고 운동한 날이 없다. 머리채를 잡혀 쥐어흔들리고 있으면 여자로 태어나 머리가 긴 게 원망스러운 적도 많았다. 내가 맞을 때는 안 보이니까 잘 몰랐는데 남들이 맞는 것을 보면 정말 무섭고 마음이 아프고 미칠 지경이었다. 살아 있는 게 신기할 정도로 맞았다.

어느 미개국 포로수용소의 잔혹상이나 특수부대의 소원 수리가 아니다.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대한민국 여자쇼트트랙 국가대표선수들이 코치들에게서 당한 상습 구타와 비인간적인 대우를 적은 자술서 내용이다. 그동안 각종 세계대회에서 선수들이 보여 준 정상의 기량 뒤에 이 같은 학대와 눈물이 서려 있다고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진다. 격투기 종목도 아닌 기록경기인 데다 구타의 피해자가 여성이고 이 중 3분의 2는 앳된 여고생이라는 사실에 더욱 분노를 느낀다.

금메달도 여러 종류가 있다. 땀과 노력으로 일군 순수 금 은 동메달이 진정한 메달이지만 눈가림 속임수로 따낸 사기 메달, 돈을 처바른 돈 메달, 약물로 신기록을 낸 도핑 메달, 심판을 매수해 받은 쥐약 메달, 눈가림과 속임수로 훔친 반칙 메달, 승부 조작으로 얻어 낸 담합 메달, 남자를 여성으로 바꿔치기해 차지한 성()전환 메달도 있다. 무엇보다 부끄러운 것은 구타와 폭력으로 얻어낸 구타 메달이다. 한국이 이 분야에서 금메달을 딴다는 것은 5000년 문화민족의 수치다.

추한 결합은 상처를 남기지만 아름다운 이별은 추억을 남긴다. 마찬가지로 고된 훈련은 설령 메달을 따지 못해도 소중한 추억으로 남지만 구타로 따낸 메달은 영광은커녕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될 수 있다. 한국은 이제 더는 구타에 의한 스포츠강국을 꿈꿔서는 안 된다. 구타로 얻은 메달을 평가하기 시작하면 폭력 남편과 폭행 아빠가 합리화되고 폭압 정권도 정당화된다. 설령 메달을 하나도 못 따는 한이 있더라도 선수를 구타해서는 안 된다. 스파르타식 훈련과 구타는 100% 다르다.

오 명 철 논설위원 osc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