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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자치 경찰

Posted September. 17, 200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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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준의 소설 해방 전후에는 식민지 시대의 주재소 앞 풍경이 사실적으로 묘사돼 있다. 하루는 우편국 모퉁이에서 넌지시 살펴보니까 네무라라는 조선 순사가 눈에 띄었다한 걸음 물러서 바라보니 촌사람들이 무슨 나무껍질 벗겨온 것을 면서기들과 함께 점검하는 모양이다. 웃통은 속옷 바람이나 다리는 각반을 차고 칼을 차고 회초리를 들고 이사람 저사람에게 거드름을 부리고 있었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죄를 지은 것이 없는데도 순사 나리의 눈을 피하기 위해 주재소 앞길을 피해 길도 없는 산등성이를 넘어 낚시터로 간다.

대한제국이 근대적인 경찰제도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전국망을 갖춘 근대 경찰의 모습은 일제가 처음 들여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제 경찰은 식민 통치를 위해 조선인을 감시하고 단속하는 최일선 조직이었다. 식민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나 연극에 나오는 순사의 전형적 모습은 긴 칼 차고 가죽장화 신고 험악한 표정으로 조선 백성을 위협하는 것이다. 식민지시대에 성장한 어머니들은 광복 후에까지 아이들이 울음을 그치지 않으면 저기 순사 온다. 순사더러 잡아가라고 해야지라고 했다.

광복 후 전쟁을 겪고 독재정권 치하에서 경찰은 치안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민의 봉사자라는 인식과는 거리가 멀었다. 때로는 관권 부정선거의 첨병이 되기도 했고, 정권 안보를 위해 동원돼 민생치안을 소홀히 한다는 비난을 들었다. 그러나 민주주의와 인권 의식이 점차 높아지면서 경찰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다. 어찌됐거나 지금은 해방 전후의 주인공처럼 파출소가 무서워 멀리 돌아가는 사람은 없다.

2006년부터 시행되는 자치경찰은 전혀 다른 경찰상()을 만들어갈 것 같다. 시군구청에 소속돼 교통 방범 생활안전 업무를 주로 담당하게 된다. 자치경찰은 김대중 전 대통령 때부터 대선공약이었다. 그러나 일단 정권을 잡고 나면 공권력의 전국조직인 경찰권을 선뜻 지방에 떼어주기 싫어지는 모양이다. 한 도지사는 자치단체장이 교통표지판 하나 못 바꿔서야 자치라고 할 수 있느냐는 말을 했다. 자치경찰이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주민의 경찰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한다.

황 호 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